[마감 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 ‘새만금 잼버리 악몽’ 반복 안 되려면/강주리 세종취재본부 차장

[마감 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 ‘새만금 잼버리 악몽’ 반복 안 되려면/강주리 세종취재본부 차장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8-11 00:43
수정 2023-08-1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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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세종취재본부 차장
강주리 세종취재본부 차장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내일 막을 내린다. 일부는 쿠키를 팔아 참가비를 모금했고, 일부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설렘 속에 한국어를 공부한 끝에 세계 최대 청소년 야영 축제의 장을 찾았다.

하지만 폭염특보 속에 나무 한 그루 없는 뻘투성이 간척지 텐트에서 시작된 행사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청소년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총대를 메고 전북도 등과 함께 6년간 1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관리가 안 된 비위생적인 화장실과 벌레떼 창궐, 온열질환자 속출, 상한 음식 등 재난 수준의 비상 상황들이 이어졌다. 외신에선 한국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더위에 쓰러진 온열환자 사진, 벌레에 물려 물집투성이인 참가자들의 다리 사진들이 타전됐다.

참다못해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가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 대원의 부모는 참가비(6100달러·약 800만원) 환불 소송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최다 인원인 4400명을 영지에서 조기 철수시킨 영국 스카우트는 호텔 이동비로 100만 파운드(약 17억원) 이상이 들어 향후 운영에 타격을 입게 됐다고 한다.

국제 행사를 유치해 놓고 상식 밖의 준비 미흡으로 국격을 훼손시켰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행사 나흘째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중 전방위 정부 대책을 지시했다. 기업의 지원사격이 더해져 현장은 사흘도 안 돼 안정화됐다. 그러나 뒤이어 태풍 ‘카눈’의 북상 소식에 전원 철수 결정이 내려졌다. 폭염 앞에서 새만금의 취약성이 증명된 마당에 폭우 뒤 물이 안 빠지는 장면까지 실증할 필요는 없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새만금 기본계획상 당초 관광·레저용지였던 야영지를 편의상 농업용지로 관리하기로 한 것부터 잘못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잼버리 야영지를 배수가 잘 안 되는 농업용지로 만들었으니 물웅덩이에 벌레와 한증막 열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잼버리 유치를 지역 개발 촉진 기회로 쓴 얄팍함도 거들었다. 잼버리 유치를 계기로 새만금신공항 건설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됐고 간척지를 가로지르는 도로 건설 비용도 정부 예산으로 부담했다.

숱하게 문제를 지적했지만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다”고 장담했다. 야영지에 나무를 심겠다던 전북도의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표가 안 되는 청소년 행사라 정치적 관심이 적다 보니 올림픽과 달리 정부와 지자체 모두 ‘배째라’식 업무 핑퐁을 한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한다. 1100억원대 예산 집행 과정과 ‘잼버리 출장’이라며 잼버리 비개최지나 크루즈 탐방에 나선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이 적절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연수를 통해 해법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일의 성패는 정확한 상황 인식에서부터 갈린다. 국제행사 운영 경험이 부족한 여가부가 컨트롤타워를 맡았다면 도움이 필요한 즉시 관계 부처에 적극 SOS를 치고 수습에 팔을 걷어붙였어야 했다. 안이한 문제 인식과 소통 부재, 비협업적 자세는 문제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공직 기강과 조직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행사에선 철저한 사전 준비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2023-08-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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