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헛돈 쓴 중기 R&D보조금

3조 헛돈 쓴 중기 R&D보조금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18-04-12 22:48
수정 2018-04-13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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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중심 선정… 장롱특허 양산

수혜기업 매출·영업익 되레 감소
예비타당성 조사, 과기부에 위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연구개발(R&D) 보조금이 부가가치나 매출, 영업이익 개선 등 경제적 효과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자 집단의 정성평가에 의존하는 현행 시스템을 고치지 않는 한 정부 예산이 ‘특허를 위한 특허’, ‘장롱 특허’만 양산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중소기업 R&D 지원의 정책 효과와 개선 방안’ 보고서(이성호 연구위원)에 따르면 R&D 관련 정부 지원은 지재권 등록 확대 효과는 달성한 반면 매출·영업이익 등 부가가치 증대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2016년 국가연구개발 사업 중 중소기업이 수행 주체인 사업 지출은 2조 8973억원으로 정부 R&D 투자집행 총액의 15.2%에 해당하는 규모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한국 전체 기업의 R&D 투자는 4위 수준이며 중소기업만 한정하면 2위를 기록했다.

경제적 효과 분석을 위해 운영성과, 역량자산, 자금조달 등 3개 부문에서 10개 성과 지표를 비교한 결과, 효과가 미미했다. 보고서는 “지원받은 시점에서 2~3년 동안 지재권등록을 제외한 대부분 성과 지표에서 영업이익과 R&D 투자는 심지어 역성장했다”고 지적했다. R&D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의 평균 부가가치를 비교해 보면 지원받는 시점에선 수혜기업 평균이 더 높지만 2년 뒤에는 오히려 비수혜기업 평균이 훨씬 높았다.

보고서는 특허 등 지적 재산권 보유 실적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삼는 현행 정성평가 대신, 예측 모형의 도입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논문, 지적 재산권, R&D 투자액 등 기존의 방식이 아닌 부가가치 등 경제적 성과를 평가의 대상으로 삼아 선정 모형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면서 “기술 개발 단계에 따라 자금 지원 방식을 달리하고 R&D 지원에 있어서 지정공모가 아닌 자유공모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7일부터 R&D 관련 예비타당성조사 업무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포괄적으로 수행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많았던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최대 3년 정도가 걸렸던 조사 기간도 6개월로 줄일 계획이다. 임대식 과기혁신본부장은 “이번 위탁사업을 통해 과기부가 R&D 예비타당성 조사 업무를 전담하게 됨에 따라 재정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틀을 지킬 뿐만 아니라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에 제때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서울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8-04-1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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