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소로 만든 쇳물 흐른다”…용광로보다 뜨거운 ‘탄소중립’의 꿈

[르포]“수소로 만든 쇳물 흐른다”…용광로보다 뜨거운 ‘탄소중립’의 꿈

김가현 기자
김가현 기자
입력 2024-06-26 18:42
수정 2024-06-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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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 파이넥스 3공장·광양 양극재 1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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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북 포항 포항제철소에서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ESF 전기용융로 출선 장면. 포스코그룹 제공.
지난 24일 경북 포항 포항제철소에서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ESF 전기용융로 출선 장면. 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FINEX)’ 3공장의 용광로에선 용암처럼 시뻘건 쇳물이 콸콸 흘러나왔다. 실시간으로 측정된 쇳물의 온도는 섭씨 1483도. 쇳물이 뿜어내는 열기에 한증막을 방불케 하는 후끈한 공기가 공장 안을 메웠다. 용광로에서 쇳물을 받아 나르는 ‘토페도카’(Torpedo Car)를 타고 이동한 쇳물은 제강 작업을 거쳐 강철이 된다. 포스코그룹은 이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석탄을 ‘수소’로 대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00% 수소로 환원 ‘하이렉스’ 총력포스코그룹은 24~25일 기자들을 상대로 새로운 친환경 사업의 비전을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다. ‘환원’은 철광석(Fe2O3)에서 산소(O2)를 제거하는 건데, 전통적 제철 공정에선 석탄(C)을 자석처럼 활용해 산소를 떼어냈다. 탄소와 산소가 결합하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가 문제로 지목되면서, 석탄을 ‘수소’(H)로 대체한다는 게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이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면 물(H2O)이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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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FINEX(파이넥스) 공장 전경. 포스코는 파이넥스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HyREX(하이렉스)를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제공
포항제철소 FINEX(파이넥스) 공장 전경. 포스코는 파이넥스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HyREX(하이렉스)를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제공
24일 방문한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은 수소를 사용해 환원 작업을 하는 계단 모양의 ‘유동환원로’와 환원된 철광석(DRI)을 녹이는 ‘용융로’, 탄소를 분리하는 장치 등 크게 세 가지 설비로 구분된 모습이었다. 기존 제철 공정에선 환원·용융(녹이기) 등 전 과정이 하나의 ‘고로’에서 이뤄진다. 포스코 관계자는 “파이넥스 공정에선 수소가 25% 투입돼 탄소 배출량이 기존 2만 1000t에서 4000t으로 급감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이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하이렉스’(HyREX) 공정에서는 100% 수소만으로 환원을 진행한다. 하이렉스 공정은 환원 방식은 파이넥스와 유사하지만, 석탄으로 철광석을 녹이는 파이넥스와 달리 ‘전기’를 사용해 용융한다. 포스코는 하이렉스용 ‘전기용융로’(ESF) 시범설비를 지난 1월 완공해, 현재까지 15t의 쇳물을 생산했다. 이날 취재진에게 최초 공개된 ESF는 원료 투입구, 전기를 통하게 하는 ‘전극봉’, 쇳물이 나오는 ‘출선구’, 쇳물을 보관하는 ‘래들’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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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개발중인 전기용융로(ESF) 시험설비 전경. 전기용융로(ESF)는 전기아크로(EAF)의 단점을 보완하여 저품위 직접환원철(DRI)로부터 고급 철강 제품의 쇳물(용선) 생산이 가능하다. 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가 개발중인 전기용융로(ESF) 시험설비 전경. 전기용융로(ESF)는 전기아크로(EAF)의 단점을 보완하여 저품위 직접환원철(DRI)로부터 고급 철강 제품의 쇳물(용선) 생산이 가능하다. 포스코그룹 제공


●이차전지로 친환경 저변 넓힌다포스코는 철강이 ‘산업의 쌀’로 불리는 만큼 친환경 공법을 정착시켜 전체 산업 탄소중립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유럽·일본·중국 등에선 ‘그린철강’ 지원에 수백조의 국고를 쏟고 있다”며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또한 포스코그룹은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며 친환경 사업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차전지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포스코그룹은 여기에 들어가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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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소성로에서 고온 열처리 공정을 마친 양극재의 모습. 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소성로에서 고온 열처리 공정을 마친 양극재의 모습. 포스코그룹 제공
25일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1공장에서는 양극재 생산이 한창이었다. 양극재는 기본 재료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마그네슘 등 ‘전구체’(화학 반응에 참여하는 물질)를 조합해 만든다. 각종 재료들을 뒤섞는 ‘소성’이 완료되면, 혼합물은 코팅과 열처리를 거쳐 양극재 완제품이 됐다. 이때 반듯하게 ‘49등분’된 새까만 양극재의 온도는 섭씨 700~900도에 달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런 양극재를 연간 총 15만 5000t 생산한다. 전기차 약 170만대 분량이다. 포스코그룹은 2026년까지 총생산량을 39만 5000t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음극재는 포스코퓨처엠 세종·포항 공장에서 제조된다.

●원료부터 폐배터리까지 순환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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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에서 생산한 수산화리튬 제품 창고 전경. 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에서 생산한 수산화리튬 제품 창고 전경. 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그룹은 양극재의 원료인 ‘리튬’도 직접 생산하며 가치사슬(Value Chain)을 형성하고 있다. 양극재 공장 인근에 있는 포스코 필바라리튬솔루션에서는 광물 ‘스포듀민’에서 ‘수산화리튬’이 추출되고 있었다. 필바라리튬솔루션 관계자는 “스포듀민을 갈고 구운 뒤 황산과 섞어주면, 황산이 리튬을 끄집어낸다”고 했다. 이후 액체를 섞은 뒤 ‘드립커피’를 내리듯 리튬 용액을 추출하고, 불순물을 제거해 말리면 고체 형태의 리튬만 남는다.

포스코그룹은 특히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전 공정에서 ‘친환경’을 실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태양광 발전 설비를 이용하고, 수산화리튬을 만드는 데 사용된 황산과 물을 다시 리튬 제조에 재활용하는 식이다. 포스코 HY클린메탈에선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원료를 생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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