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0만대 돌파…출범 7년 10개월만
정 회장 직접 론칭…거물급 디자이너 영입
우즈 사고 계기 ‘안전한 차’ 이름 알린 계기
부족한 해외 인지도…렉서스 격차 극복 관건
제네시스 100만대 1등 공신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달 100만대 판매를 돌파한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집계된 ‘G80’(39만 738대). 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달 기준 누적 100만 8804대를 판매했다고 17일 밝혔다. 2015년 브랜드 출범 후 7년 10개월 만으로 국내에서 69만 177대(68%), 해외에서 31만 8627대가 팔렸다. 플래그십 세단 ‘G90’을 시작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스포츠 세단, 전기차까지 차종은 10개에 이른다.
제네시스는 정 회장이 부회장이던 시절 직접 론칭시킨 브랜드다.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를 높이려면 양산형 자동차뿐만 아니라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게 정 회장의 판단이었다. 특히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후발주자였던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차량 개발의 문법을 뒤집는 디자인 혁신이 필요했다. 현대차그룹 최고창의책임자(CCO) 루크 동커볼케(2015년),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 이상엽(2016년) 등 유럽에서 활약하던 거물급 디자이너들을 영입했다. 제네시스의 패밀리룩인 전면부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 그릴’은 이들의 작품이다.
‘독일 3사’ 체제가 강고했던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선 아우디를 밀어내고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함께 3강 구도를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13만 5045대를 판매했다. 벤츠가 8만 976대, BMW가 7만 8545대인 반면 아우디는 2만 1402대에 그쳤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고급차의 심리적 문턱을 낮춘 제네시스는 독일 자동차 일색이던 시장의 저변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우즈 덕분에 이름 알린 SUV
제네시스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80’은 2021년 타이거 우즈 전복 사고를 계기로 안전한 차로 이름을 알렸다. 현대차 제공
아직 갈 길은 멀다. 역사와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고급차 시장에서 내세울 헤리티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크다. 같은 아시아계 브랜드로 사업 모델이 비슷한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와 격차를 좁히는 게 관건이다. 렉서스의 연간 글로벌 판매는 50만~60만대를 넘나드는 반면, 제네시스는 20만대 수준에 그친다.
전기차로 넘어가는 자동차 산업의 격변기는 제네시스가 렉서스를 넘어설 찬스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를 강조하며 전기차 전환에 다소 늦은 것과 달리, 현대차는 전용 플랫폼 개발 등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충전 인프라 구축이 빠른 선진국에선 전기차 전환이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보다 빠르다. 전동화 기술력 격차가 고급차 경쟁에 미칠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 이후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할 예정이다. 렉서스는 2030년에서야 모든 차종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 2035년 100% 전동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올해 GV80 쿠페 출시 이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차급의 신차도 추가해 라인업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면서 “새 플랫폼이 적용된 전기차를 생산해 전기차 격전지인 북미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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