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통난 쌍둥이 대리시험… ‘블라인드’서 꼬리 잡혔다[경제 블로그]

들통난 쌍둥이 대리시험… ‘블라인드’서 꼬리 잡혔다[경제 블로그]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3-05-19 01:45
수정 2023-05-19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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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면접 때 본 사람이 한국은행에 입행해 다니고 있네요. 이게 어떻게 가능하죠?”

●한은·금감원 필기 겹치자 꼼수 응시

금감원 신입 직원들 사이에서 떠돌던 소문은 지난 주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서 급속히 퍼져 나갔다. 두 기관이 지난해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른 탓에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관련 글과 댓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한은이 소문의 당사자인 신입 직원 A씨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끝에 A씨의 행각은 꼬리를 밟히고 말았다.

18일 한은과 금감원에 따르면 한은은 이 같은 글이 블라인드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지난 15~16일 내부 감사를 벌여 A씨를 형사고발했다. 한은과 금감원 등 금융공공기관들은 중복 합격에 따른 합격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필기시험을 같은 날 치르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에는 9월 24일 한은과 금감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등이 필기시험을 치렀다.

●커뮤니티에 퍼져… 내부감사 후 고발

A씨는 한은과 금감원에 이중 지원한 뒤 이날 치러진 금감원의 1차 필기시험에 자신이 아닌 쌍둥이 형이 대리 응시하도록 했다. 형이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하자 A씨는 이후 2차 필기시험과 1차 면접시험에 직접 응시했다. A씨는 한은에 최종 합격해 금감원의 2차 면접시험은 응시하지 않았는데, 이후 위와 같은 소문이 금감원에서 새나갔다.

한은 관계자는 “설마 하는 생각에 사실관계를 확인했는데 당사자가 인정했다”고 말했다. A씨뿐 아니라 A씨 대신 금감원 시험에 응시한 A씨의 쌍둥이 형도 함께 고발됐다. 한은은 형제에게 금감원의 공정한 채용업무 수행을 방해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 낮은 처우로 인재 이탈 가속

쌍둥이 형제의 대범한 행각이 드러나는 통로가 된 블라인드는 최근 한은 등 금융공공기관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창구가 되고 있다. 특히 한은에 대해서는 “동종업계 최하위권 급여”, “개선될 희망이 없는 복지”, “똑똑한 직원들이 제일 먼저 다른 길로 빠진다” 등 처우에 대한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한은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 331만원으로 전년 대비 2.9% 올랐다. 전체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높지만 매년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0~2% 수준의 인상률 탓에 실질임금이 깎이면서 산업은행 등 다른 금융공공기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은법상 한은의 인건비 구조는 기획재정부가 결정하는 구조다.

이 탓에 젊은 직원들이 낮은 처우에 실망해 금융사나 증권사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컨트롤타워인 한은이 떠안은 난제다.
2023-05-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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