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깡통전세 공포에 얼어붙은 서민 보금자리
2월 빌라 거래 비중 역대 최소
한때 20% 뛰다 첫 10%선 붕괴
아파트값 하락에 매력 떨어지고
사기 극성에 전세도 월세 돌려
실수요·투자가치 떨어져 급랭
23일 한국부동산원 주택거래량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주택 거래 시장에서 빌라(다세대·연립)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관련 통계 조사 이후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전국 빌라 거래량은 7021건으로 전체 주택 거래(7만 7490건)의 9.1%에 불과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별 기준 가장 낮은 비중이다.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량이 6만 3909건으로 전체 주택 거래의 82.5%를 차지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2008년 4~5월 빌라 거래량은 전체 주택거래의 24%에 달할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지만 등락을 오가며 대체로 10~20%를 차지했다. 하지만 빌라 거래량이 1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전국에서 빌라 거래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세종으로 나타났다. 2월 세종시 주택 거래 779건 중 빌라 거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경남의 경우 2월 주택 거래 7697건 가운데 빌라 거래는 166건에 불과해 2.2%의 거래량을 보였다. 광주 3.1%, 전남 3.4%, 대전 3.6%, 전북 3.7%, 울산 3.9%, 대구 4.2%, 강원 4.8% 등 대다수 지역에서 빌라 거래량은 5%를 밑돌았다.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를 꺼리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살펴본 결과 올해 1분기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2만 761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세 거래량은 1만 4903건으로 전체 거래의 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전세 비중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동구의 한 빌라에서 살고 있는 김모(31)씨는 “지난달 계약을 연장하면서 기존 전세에서 반전세로 계약을 맺었다”며 “매달 월세로 내는 돈이 아깝지만 최근 깡통전세가 늘어나는 등 계약금을 못 받는 것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아파트 가격이 낮아지면서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로 매매가 쏠리고 있는 데다 투자적으로 봤을 때도 빌라의 경우 세입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갭투자 등이 쉽지 않다”며 “여기에 빌라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까지 겹쳐 빌라의 매매·전세 거래량은 한동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3-04-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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