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앞에 장사 없네…강남 반값전세 속출

물량 앞에 장사 없네…강남 반값전세 속출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3-03-20 01:42
수정 2023-03-20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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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세가격 하락률 최대
압구정 현대 40억원→ 19억대
개포주공 5단지 2억대 거래도
내년까지 9000가구 입주 예정
“매매시장 하락 여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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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과 입주 물량 증가로 서울 강남구에서 최고가 대비 반값에 거래되는 전세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전세가격지수는 -3.86%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보여 주는 전세가율은 서울 평균(53.6%)에 못 미치는 47.6%로 나타났다. 강남구의 전세가율이 낮아진 것은 입주 물량 증가로 매매가보다 전세가의 하락폭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개포동, 도곡동, 일원동을 중심으로 매물 적체가 지속되고 임차인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3002가구가 살고 있는 도곡동 도곡렉슬의 경우 최근 한 달 사이 종전 최고가에서 50% 이상 떨어진 거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용면적 134.9㎡의 경우 2021년 3월 기준 28억 3000만원까지 가던 전세가가 최근 14억 3000만원(50.5%) 떨어진 14억원에 거래되는가 하면 59.98㎡의 경우 지난해 12월 17억원에 거래됐던 것이 지난달 28일 10억 8000만원(63.5%) 하락한 6억 2000만원으로 손바뀜했다. 압구정동 구현대7차 전용면적 245.2㎡(80평) 전세의 경우 지난 1월 최고가인 40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9일 19억 8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 대비 20억 2000만원(50.5%)이나 떨어졌다.

개포동 개포주공 7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용면적 83.7㎡의 경우 지난 4일 3억 9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이전 최고가인 12억원 대비 67.1% 떨어졌다. 인근 신축인 개포자이프레지던스로 옮기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개포주공 5단지 전용면적 54㎡와 6단지 전용면적 61㎡ 전세는 최근 2억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더구나 올해부터 내년까지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래미안원베일리, 대치푸르지오써밋 등 강남권에 입주 물량 9000여 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라서 이런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몇 주간 기존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내주기 위해 급하게 가격을 낮춘 물건들이 나가면서 전세가격이 많이 내려온 상태”라면서도 “급매물이 소진된 지금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가격을 두고 우위를 잡기 위해 팽팽하게 힘 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물량 적체 여부에 따라 가격이 더 낮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전세가 하락이 매매시장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입주 물량 확대로 인한 전세가 하락은 매매시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직접 영향을 끼치긴 어렵다”며 “그보다 고금리, 경기침체, 미래의 집값에 대한 기대 등이 매매가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2023-03-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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