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만기 전 채무 회수’ 4440건
30%는 경매 넘어가… 작년보다 5%P↑
악성 부실채권 비중 커져… 내년 더 늘 듯
금리 인상·소상공인 원금 만기연장 종료
내년에는 가계대출 연체율 급증할 수도
사업자금으로 주담대 자영업자들 비상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 장단기 처방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감당하지 못한 채무자들의 주택을 경매로 넘기는 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3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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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이익 상실은 금융기관이 A씨처럼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하면 대출 만기 이전에 남은 채무를 모두 회수하는 제도다. 동시에 남은 대출금에 대해선 연 3% 포인트의 연체 가산이자를 물린다. 채권자가 이를 갚지 않으면 담보물(주택)을 경매에 부친다.
구체적으로 지난 6월 말 기한이익을 상실한 채권 4440건(3336억원) 가운데 경매로 넘긴 건수는 1327건(29.9%, 313억원)이었으며 지난해 7월엔 7509건 중 1864건(24.8%, 4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규모는 줄었지만 비중은 상승한 것이다. 기한이익 상실 건수 자체가 줄어든 배경에는 지난해 집값 상승에 따른 담보가치 상승과 복수 대출을 받은 차주의 일부 상환유예 같은 환경적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앞으론 상황이 달라진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내년 3월 소상공인 원금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 종료로 A씨 같은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기업대출이 제한적이다 보니 사업자금을 위해 본인 집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는다”며 “지금까지는 기업대출 유예 기간이 있어서 주택담보대출 대출 상환에 문제가 없었지만 내년엔 가계대출 연체율이 급증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당장은 원리금 상환 유예나 초저금리 정책 덕에 절대 수치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비중이 늘었다는 점은 은행 입장에선 경매로 부실채권을 회수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라며 “향후 원리금 상환 유예 종료로 환경이 달라지면 기한이익 상실 건수와 더불어 경매(담보권 집행)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한이익 상실 기간(신용대출 30일, 주택담보대출 60일)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빚은 그대로 남고 주거권도 동시에 상실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계속 오르면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가계부채 총량 규제에만 집중하느라 대출받은 채무자들의 상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며 “금융 당국은 기한이익 상실 유예 기간을 늘리는 단기 처방과 유한 책임 대출을 확대하는 장기 처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1-10-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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