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규제 피하자”…강남·여의도서 후분양 아파트 늘어난다

“분양가 규제 피하자”…강남·여의도서 후분양 아파트 늘어난다

입력 2019-06-07 18:04
수정 2019-06-0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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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여의도 MBC 부지 등 HUG 분양가 규제에 후분양 가능성 검토24일 분양보증 심사 기준 강화…시장예측·금융비용 발생은 부담

서울지역 강남, 여의도 등 요지에서 주택을 지은 뒤 입주자를 구하는 ‘후분양’으로 선회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정부의 후분양 권장 정책을 수용한 것이라기보다 분양보증 심사 권한을 쥐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최근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달 24일부터 HUG가 종전보다 강화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 기준’을 적용할 경우 현행 기준보다 분양가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강남권을 중심으로 후분양 단지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옛 MBC 부지에 들어서는 ‘브라이튼 여의도’는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고 다음달 오피스텔 부분만 먼저 분양하기로 했다.

아파트를 착공 시기에 선분양하기 위해서는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금융기관의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고 입주자 모집공고도 가능한데 최근까지 HUG와 분양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신영측은 이 아파트가 여의도에서 14년 만에 분양하는 고급 아파트임을 들어 3.3㎡당 평균 4천만원 이상의 분양가를 검토중인 반면, HUG는 주변 시세를 고려해 3천만원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HUG는 현재 고분양가 관리 지역에 대해 인근 지역에서 1년 전 분양된 아파트가 있을 경우 직전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제한하고, 1년 전에 분양된 아파트가 없는 경우에는 직전 분양가의 최대 110%까지 인상을 허용한다.

근래 분양단지가 없을 경우에는 시세도 함께 고려한다.

그러나 이달 24일 이후부터는 동일 행정구역에서 분양한 비교사업장 평균분양가의 10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또 최근 1∼2년 내에도 신규 분양단지가 없을 때는 인근의 기존(준공)아파트 시세를 비교 대상으로 정해 당해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브라이튼 여의도의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3천430만원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여의도의 경우 오피스텔을 제외하고 준공 10년 이내 아파트는 한 곳도 없는데, 지난 2008년 3월 입주한 여의도 자이의 시세가 3.3㎡당 3천443만원 선이다.

인근 신길동, 대방동 등지는 여의도동보다 평균 매매가가 더 낮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14년간 새 아파트 분양이 없던 여의도는 비교 대상도 마땅찮은데 HUG가 이번에 개정한 심사 기준을 무조건 ‘원칙적으로’ 적용한다면 브라이튼 여의도의 경우 선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후분양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 관계자는 “가급적 연내 아파트 분양을 희망하지만 공사기간이 긴 만큼 후분양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률 80% 이상 단계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없이 건설회사간 연대보증이 있으면 분양보증없이 일반분양이 가능해진다.

지난달 HUG와 분양가 협의를 진행하다 분양가 격차를 좁히지 못해 중단한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단지 ‘래미안 라클래시’ 조합도 고민에 빠졌다.

이미 일반분양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데 이달 24일 이후 분양보증을 받급받지 못할 경우 자칫 분양가 책정에서 더 불리해질 수 있어서다.

HUG는 이 아파트에 대해 올해 4월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일반분양가(3.3㎡당 4천569만원)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조합 측은 입지상의 차이 등을 들어 지난달 분양한 서초구 방배그랑자이(3.3㎡당 4천687만원)보다 분양가가 낮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이 단지는 애초 선분양을 염두에 두고 공사비, 분양수입 등 자금계획을 짜 놓은 상태여서 당장 후분양으로 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합 측은 “조만간 대의원회의 등 임원 회의를 거쳐 HUG가 제시한 분양가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과천 중앙동 과천 주공1단지는 지난달 조합원 총회에서 후분양을 결정했다. 앞서 조합과 HUG가 일반분양가 협의를 했으나 조합이 제시한 금액(3.3㎡당 3천313만원)이 비싸다는 이유로 HUG가 분양보증 발급을 거부한 때문이다.

조합은 전체 공정률이 80%를 넘어서는 올해 11월 말 이후 일반분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일반분양을 앞둔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후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조합원 이주가 마무리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는 분양가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 후분양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 중이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서초, 강남구에서 분양된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4천만원 중후반인데 현재 이 지역 기존 아파트 시세는 3.3㎡당 8천만원이 넘는다”며 “굳이 선분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이주가 시작될 서초구 반포 주공1·2·4주구(주택지구)나 서울 서초구 방배13구역,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주구 등도 후분양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2017∼2018년에 시공사를 선정한 강남 재건축 단지는 건설사가 후분양을 수주 공약으로 내건 곳이 적지 않다”며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앞으로 후분양은 물론, 완전 준공후 분양하는 단지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후분양이 늘어날 경우 향후 2∼3년 간 강남권에 신규 분양이 줄어들면서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후분양의 경우 2년여 뒤 분양시장을 예측하기 쉽지 않고, 일반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을 조합이 부담해야 해 선택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2년 뒤 분양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후분양 쪽이 되레 리스크가 더 크고 조합의 추가부담금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조합과 시공사, 시행사 등 분양사업 주체의 득실에 따라 후분양 여부가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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