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꺾인 서울 아파트값… 급매물에도 거래 ‘뚝’

콧대 꺾인 서울 아파트값… 급매물에도 거래 ‘뚝’

류찬희 기자
입력 2018-11-11 18:00
수정 2018-11-1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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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대책’ 두 달… 수도권 점검해보니

강도 높은 주택 수요억제 정책인 ‘9·13대책’의 약발이 먹혀들고 있다. 대책 발표 두 달을 맞아 서울 아파트값은 고개를 숙였고, 거래마저 끊겼다. 하향 안정세는 수도권 주요 도시로 확산하는 추세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미하게나마 오름세를 보였던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지난주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세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멈춘 것은 1년 2개월 만이다. 가격 하락은 상승률이 높고, 비싼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권부터 시작했다. 강남·서초·송파구의 주간 아파트값은 최근 3주 연속 떨어졌다. 강동구 아파트값도 보합세로 들어서며 강남 4구 아파트값이 고개를 숙였다.

강남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하락세는 비강남권과 수도권으로 확산 중이다. 용산구 아파트값은 2주째 하락세를 기록했고, 양천·강서·서대문구도 아파트값 상승률이 멈췄다. 경기 성남 분당구 아파트값이 2주 연속 떨어졌고, 동탄2신도시가 들어선 화성시 아파트값도 2주 연속 하락했다. 꿈쩍도 하지 않았던 과천 아파트값도 지난주 마침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호가 올리기가 사라지고 급매물도 등장했다. 양도세가 무서워 매물을 내놓지 않았던 집주인들이 움직이면서 매물실종 현상도 사라졌다.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수요가 끊기자 시세보다 1억~2억원 낮은 가격에 내놓은 급매물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부동산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곳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중개업소는 찾는 고객이 끊겨 한산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76㎡가 17억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대책 이전 18억 5000만원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84㎡는 20억 5000만원까지 팔렸던 아파트지만, 최근 19억원에 팔렸다.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에도 84㎡ 아파트를 대책 이전보다 5000만원 정도 낮은 가격으로 팔아 달라는 물건이 나오고 있다. 중개업자들은 “급매물이 등장했지만, 매수세는 완전히 끊겼다”면서 “가격은 하향 안정세 조정국면이지만 중개업소 개점휴업 상태는 오래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가격 오름세가 멈췄지만, 수요자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완전히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다.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 5일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67.2로 나왔다. 정점을 찍었던 지난 9월 3일 지수(171.6)와 비교해 두 달 만에 수직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넘기면 시장에 매수자가 상대적으로 많고, 100 이하면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는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급등 요인이 많이 제거돼 당분간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8-11-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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