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의장 ‘점진적 긴축’ 발언에 투자심리 ‘활짝’
증권팀 = 코스피가 미국발 훈풍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점진적인 긴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 세계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이른바 긴축 우려감이 크게 완화한 것이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21,532.1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73%, 1.10% 올랐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7.72포인트(0.74%) 오른 2,409.49로 이틀 전에 세운 종전 최고치(2,396.00)를 13.49포인트 차로 갈아치웠다.
장중에는 2,422.26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쓰면서 지수를 견인했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고 올해 경제 성장률을 2.8%로 상향 조정한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옐런 의장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강조하는 등 비둘기파적인 발언으로 미국 시장이 강세를 보였고 국내 증시에서도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투자심리가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금리 인상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약달러 기조 지속을 의미한다”며 “미국이 출구전략을 늦춰 돈이 여전히 풀려있는 상태가 계속되면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8개월째 접어든 상승세에 따른 피로감으로 코스피가 단기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회의론자들의 목소리가 다시 작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이미 단기조정을 거쳐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 2,600까지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에도 외국인들은 주식을 팔지 않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반도체와 금융주를 사들이는 등 상승장에 베팅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이 주식을 팔아도 외국인이 IT 등 일부 종목만 사들여도 시장은 방어되는 장세”라며 코스피 예상 범위로 하반기 2,500, 내년 상반기 2,700을 유지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유동성 조건이 좋은 만큼 코스피가 과거 패턴처럼 눌림목이 나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시장의 뒷심과 글로벌한 투자 환경이 좋고 외국인 수급도 대외 환경이 급변하지 않으면 계속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도 국내 증시가 미국의 자산 매각이나 유럽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축소의 위력으로 올해 말께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코스피는 가을까지 오름세를 보여 상단 2,600 도전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중제 메리츠종금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점진적 인상을 강조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기업 실적도 괜찮아 하반기에도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코스피는 더 올라갈 여력이 있어 하반기 상단을 2,550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추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8배로 지난 10년간 중간값과 비슷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로 2000년 이후 중간값을 소폭 웃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코스피 시가총액 비율은 지난달 말 93.4%로 2000년 이후 중간값인 78.1%보다 15%포인트 높지만, 사상 최고 수준인 97.3%보다 낮다.
작년 국내 주택 시가총액은 3천732조원으로 현재 1천500조원 안팎인 코스피 시가총액을 크게 웃돈다. 주택 시총 대비 코스피 시총 비율은 현재 39.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0년의 40.6%까지 1.1%포인트 남았다.
박중제 팀장은 또 “현재 주가가 오르는 국면에서 가치주와 대형주가 돋보이지만, 경기 개선에 대한 확신이 커질수록 시장의 관심은 중소형주, 성장주로 옮겨갈 수 있다”며 “하반기에 코스닥에도 온기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코스피가 더 오르기엔 동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상존한다.
2분기 기업들의 실적 개선 양상이 1분기보다 못할 것으로 점쳐지는데다 시장 전반적으로 IT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과 종목들은 상승의 힘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코스피가 2,500∼2,600으로 추세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한다”며 “IT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의 이익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이슈가 자동차, 철강, 기계 업종에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기대 심리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지만, 글로벌 전반적으로 경기와 이익 모멘텀이 보태지기는 어려워 탄력이나 강도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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