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나이의 파리 결의…K레슬링 자존심 무조건 세운다[파리 올림픽 주인공은 나!]

두 사나이의 파리 결의…K레슬링 자존심 무조건 세운다[파리 올림픽 주인공은 나!]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24-07-24 00:33
수정 2024-07-2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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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예고한 김승준과 이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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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는 김승준(왼쪽)과 이승찬. 대한체육회 제공
파리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는 김승준(왼쪽)과 이승찬.
대한체육회 제공
“승찬아, 꼭 메달 따자. 우린 할 수 있다. 무조건 따자.”(김승준) “그럼요, 한국 레슬링 중량급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줘야죠.”(이승찬)

남자 그레코로만형 97㎏급 김승준(30·성신양회)과 130㎏급 이승찬(29·강원도체육회)의 어깨가 무겁다. 2024 파리올림픽 레슬링 종목에서는 남자 그레코로만형, 남녀 자유형 각 6체급을 합쳐 18체급 경기가 열린다. 메달에 도전하는 64개국(난민팀 등 포함) 289명 중 태극마크를 단 선수는 김승준과 이승찬뿐이다.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이 두 선수의 어깨에 놓여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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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는 김승준(사진)과 이승찬은 각각 고2, 고1 때인 2011년 청소년 후보팀 합숙에서 처음 만났다.  대한체육회 제공
형제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는 김승준(사진)과 이승찬은 각각 고2, 고1 때인 2011년 청소년 후보팀 합숙에서 처음 만났다.
대한체육회 제공
레슬링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수확한 효자 종목이었으나 유망주 발굴과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10년 넘게 추락을 거듭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2012년 런던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역대 최소 2명이 출전했던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선 49년 만에 메달을 따지 못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 2개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이번에도 도쿄에 이어 최소 인원, 그것도 아시아가 약세인 중량급이라 기대가 크지 않은 것이 사실. 오는 27일 결전지 파리로 향하는 김승준과 이승찬은 “아무것도 못 하고 졌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다. 중량급도 하면 된다는 것을, 한국 레슬링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며 입을 모아 반전을 예고했다.

둘 다 첫 올림픽이다. 나이에 견줘 다소 늦었다. 청소년 시절에는 유망주였지만 성인 무대에선 국제대회에 몇 번 나가 보지 못했고 이렇다 할 성적도 내지 못했다. 대개 국가대표 2진이나 훈련 파트너로 진천선수촌을 들락거리는 등 만년 이인자였다. 부상 탓이 컸다. 김승준은 2017년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된 뒤 체중이 불어 5년 정도 부침을 겪었다. 이승찬은 2021년 어깨를 크게 다쳐 운동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묵묵히 버티며 조금씩 성장한 끝에 레슬링 선수로 가장 빛나는 시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한 데 이어 올해 4월 아시아 쿼터 대회에서 파리행 티켓까지 거머쥐게 된 것. 국가대표 1진으로 당당하게 국제대회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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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는 김승준과 이승찬(사진)은 각각 고2, 고1 때인 2011년 청소년 후보팀 합숙에서 처음 만났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올림픽 무대에 함께 서게 될 줄 당시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이승찬은 “처음엔 형인 줄 모르고 반말을 했다”며 웃었다.  대한체육회 제공
형제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는 김승준과 이승찬(사진)은 각각 고2, 고1 때인 2011년 청소년 후보팀 합숙에서 처음 만났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올림픽 무대에 함께 서게 될 줄 당시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이승찬은 “처음엔 형인 줄 모르고 반말을 했다”며 웃었다.
대한체육회 제공
2019년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이승찬은 “늘 그만두고 도망가고 싶었다. 가족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그래서 오늘이 있는 것 같다. 이번 파리행엔 아내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돌이켰다. 김승준은 “부산에서 새벽부터 올라와 응원해 주신 어머니가 눈에 밟혔다. 그래도 한 번은 웃으며 내려가시게 하고픈 마음이 컸다. 중간에 포기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승준과 이승찬은 새 역사에 도전한다. 한국 레슬링은 그동안 올림픽 중량급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유럽과 중남미가 강세를 보이는 체급이라 시상대까지 이르는 길이 험난하다. 팔이 길고 빨라 맞잡기와 옆굴리기 등이 강점인 김승준과 한국 선수단 최장신(195㎝)의 체격에 그라운드 기술을 갖춘 이승찬은 외국 선수의 타고난 힘에 밀리지 않기 위해 근력 강화 훈련에 힘을 쏟았다. 김승준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이라는 마음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찬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는 일이 많았는데 어렵게 소중한 기회를 얻은 만큼 후회 없는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눈을 빛냈다.

2024-07-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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