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포스텍, 내성 암 조직 제거 약물 개발
약물 내성 췌장암 생쥐, 7일 만에 완치 확인
국내 연구진이 항암제 내성을 가진 췌장암 세포를 빛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췌장암 세포의 이미지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과학과 의학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암은 정복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암 치료법이 나오고 있지만 외과 수술, 화학적 항암제, 방사선 치료가 여전히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항암제 치료를 받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내성’이다. 항암제 내성은 암 치료를 방해하기도 하고, 암의 씨앗을 남겨 다른 부위로 전이될 수도 있다. 국내 연구진이 빛을 이용해 내성 없이 암 조직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포스텍 공동 연구팀은 항암제 내성 원인으로 알려진 암세포의 자가포식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광(光)반응 화합물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1월 13일 자에 실렸다.
항암제 내성의 주요 원인은 암세포의 변화무쌍한 적응력이다. 세포 안에 생긴 노폐물을 분해하는 자가포식 메커니즘도 암세포의 적응력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즉, 암세포는 자가포식을 통해 항암제를 배출하고, 분해된 노폐물 성분으로 부족한 에너지원을 채우면서 면역 체계를 회피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런 자가포식을 억제하기 위해 모폴린과 이리듐으로 구성된 광 반응 화합물을 만들었다. 모폴린은 세포 리소좀만 표적으로 하고, 이리듐은 빛을 받아 산화 손상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약물내성을 가진 췌장암 세포를 이식한 생쥐에게 이번에 개발한 광 반응 화합물을 투여하고 체외에서 적외선을 쪼여줬다. 그 결과, 췌장암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 젬시타빈에 내성이 생긴 췌장암 조직도 7일 만에 줄어들고 결국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모폴린-이리듐 광 반응 화합물은 빛을 받아 암세포의 리소좀 막을 파괴함과 동시에 리소좀이 자가포식소체와 융합되는 것을 방해한다. 자가포식소체는 세포 노폐물이 일시적으로 격리·저장되는 장소로, 자가포식소체와 리소좀 간 융합이 일어나야 자가포식이 시작된다.
연구를 이끈 권태혁 UNIST 화학과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물질은 빛을 받으면 활성화해 자가포식이 일어나는 공간인 세포 리소좀만 선택해 공격하는 원리”라며 “자가포식으로 약물내성이 생긴 주요 난치암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현재는 기존 항암제들과 병용 치료했을 때 효능을 검증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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