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소년열사 문재학, 광주의 아픔 다독인 한강 작가에 “감사”

5·18소년열사 문재학, 광주의 아픔 다독인 한강 작가에 “감사”

홍행기 기자
홍행기 기자
입력 2024-12-11 10:23
수정 2024-12-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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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 500여명 한밤 광주시청에 모여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
소설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 인공지능으로 복원돼 축하편지 낭독
기쁨과 환호 넘친 행사장, ‘암매장’ 주제 샌드아트 공연땐 엄숙함 가득
축하 조형물도 설치…시민이 쓴 편지 책으로 엮어 한강 작가에게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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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행사’가 10일 밤부터 11일 새벽까지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광주광역시 제공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행사’가 10일 밤부터 11일 새벽까지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광주광역시 제공


“혼은 남은 자들의 기억 속에 있습니다. 저는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는 모든 독자들의 기억과 마음 속에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럴 기회를 준 한강 작가에게 무척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한강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가 11일 새벽 홀로그램으로 복원돼 한강 작가에게 전하는 감사편지를 읽어내렸다.

스웨덴에서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 10일 밤 8시부터 11일 새벽 1시까지 광주 서구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는 시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에서 온 편지’를 주제로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축하행사’가 펼쳐졌다.

10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 축하행사는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신형철 서울대 교수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신 교수는 “소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을 뛰어넘는 한강의 소설”이라고 평가하며 “모두가 5·18광주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과 지역을 대표하는 문학단체, 작가 등단을 준비하는 문예창작과 학생, 연주단체 등이 시낭송과 시극, 축하공연을 무대에 올리면서 ‘광주의 딸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 분위기가 고조됐다.

하지만 조명이 꺼진 가운데 한강 작가의 대표작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를 모티브로 한 샌드아트 ‘아무도 몰라-암매장’ 공연이 시작되자 일부 참석자들이 눈물을 훔치는 등 행사장은 일순 엄숙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11일 새벽 0시 49분, TV로 생중계된 스웨덴 노벨상 수상식에서 ‘친애하는 한강’이라며 한강 작가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시민홀은 환호로 가득찼으며, 시민들은 일제히 일어서 ‘광주의 딸’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시민들은 시상식 중계를 기다리며 “한강 작가의 작품을 통해 5·18과 광주의 아픔을 가슴 깊이 체험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힘을 얻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광주시는 시민들이 쓴 편지를 책으로 엮어 한강 작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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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새벽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 열린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행사에서 인공지능으로 복원된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가 한강 작가에게 축하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제공
11일 새벽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 열린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행사에서 인공지능으로 복원된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가 한강 작가에게 축하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제공


축하행사는 작품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의 실제인물인 ‘문재학 소년열사’가 인공지능(AI) 기법으로 복원돼 한강 작가에게 축하편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시민홀 중앙에 홀로그램 영상으로 등장한 ‘동호’는 “안녕하세요. 문재학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날이니, 소설 속 ‘동호’의 이름과 모습으로 왔습니다”라며 시민들에게 말을 건넸다.

이어 “네 저는 1980년 5월 27일 새벽에 죽었습니다. 그렇게 몸과 이별을 했습니다”라며 “그러나 혼은 남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있고, 저는 여기 제 혼의 힘이 아닌, 여러분의 기억의 힘으로 왔습니다. 모든 것이 ‘소년이 온다’ 그리고 한강 작가의 덕분입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이날 축하행사에 앞서 광주시청 앞에는 한강 작가의 책 ‘소년이 온다’를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과 포토존이 설치돼 빛을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는 한강 작가와 김대중 전 대통령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의 도시’라는 이름 붙일 수 있게 됐다”며 “5·18광주를 전세계에 알려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광주시민과 함께 축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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