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신재생 20%’ 머나먼 현실
0.001GW 태양광 전력 생산에 1만 6500㎡의 설비 공간 필요실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이 지연 또는 무산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한국동서발전과 영천풍력이 경북 지역에 각각 추진한 영천보현산풍력(설비용량 40㎿)과 기룡산풍력(39㎿)은 지난해 8월 주민 반대로 끝내 사업이 무산됐다. 반대 이유는 보현산과 기룡산이 영천시의 명산이어서 발전기를 설치하면 심각한 산림 훼손이 발생할 수 있고, 천문대 관측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주민 수면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특히 풍력 발전의 경우 소음과 저주파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신체적·경제적 피해가 클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인 반대 이유였다.
지난 3월에는 한국서부발전이 전남 장흥군에서 추진해온 장흥풍력(16.1㎿) 사업이 사찰 주변에 위치해 수행 환경을 훼손할 수 있는 데다 소음·저주파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무산 위기에 직면했다. 전북 진안군의 연장리 태양광발전소(6㎿) 역시 건설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태양광발전소가 자연 파괴의 주범이며, 전자파로 인한 피해가 심각할 수 있고, 주변 온도를 상승시켜 농작물에 부작용을 줄 수 있는 만큼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북 청송군 현서면의 청송면봉산풍력발전(60㎿)은 사업 예정지역 주변 1㎞ 이내 주민들과 협의를 마쳤지만 2.5㎞ 떨어진 마을 주민들이 사전 협의에서 소외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SK D&D가 경북 포항에 추진한 포항죽장풍력(72㎿)은 사업 예정지역에서 1.3㎞ 떨어진 마을 주민 3분의1(10가구)이 가구당 10억여원의 민원 보상금 합의 문제를 놓고 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신재생은 좋다면서도 삼면이 바다이고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에서 ‘우리 집 앞’은 안 된다 하니 에너지 저장기술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태양광 때문에 이불이 안 마른다’, ‘저주파 때문에 우울해진다’ 등 확인되지 않은 민원들 때문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원별 발전량(GWh) 비중은 원자력 30%, 석탄 39.6%, 천연가스 22.4%, 신재생 4.8% 등이다. 특히 여름철 등 전력 피크 때 기여도는 원자력 23.6%, 석탄 32.7%인 반면 신재생은 2.5%에 불과했다.
신재생 에너지가 원자력·석탄의 대체 수단으로 주목받고는 있지만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태양광 발전은 패널이 낮 기간 동안 태양 에너지를 100% 흡수한다고 가정해도 전기 에너지 전환율은 15%에 불과하다. 초속 3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 가동되는 풍력 발전 역시 효율은 15~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1㎿(0.001GW)를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하는 데 1만 6500㎡의 부지가 필요한데 신재생 에너지 설비를 연평균 3.7GW씩 어떻게 늘려 나갈 수 있을지 암담하다”며 “신재생 에너지 불허 결정이 지자체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2017-06-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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