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이동 시간만 27시간에 달하는 강행군이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지난 14일 저녁에 항공기 편, 육로 편, 기차 편 세 가지를 섞어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까지 가는데) 편도 14시간 걸렸다”며 “돌아오는 데는 13시간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이어 “현지 체류는 11시간 동안으로, 이동 시간이 체류 시간보다 몇 배로 길었다”며 “그런데도 여러 요소를 고려해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방문 루트는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우크라이나를 비밀리에 찾을 때 이용했던 것과 대동소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 초반에는 우크라이나 방문 사실 자체가 한동안 극비에 부쳐질 만큼 윤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위한 철통 보안이 이뤄졌다.
신냉전의 최전선이자 지금도 이따금 러시아 미사일 공격 등이 이뤄지는 우크라이나 중심부로 들어가는 길은 예상보다 거칠었다고 김 차장은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서쪽 국경 중 가장 안전한 폴란드 접경지를 선택했다”며 “러시아의 불규칙한 폭격과 드론(무인기) 공격이 이어지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후화된 철도 노선과 설비 때문에 기차가 자주 흔들려서 마시고 있던 음료수가 가끔 엎어지기도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애초 윤 대통령의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 마지막 공식 일정은 지난 14일 바르샤바대학에서 폴란드 청년들과 만나는 문화 행사였다.
그러나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기로 하면서 일정이 이틀 더 늘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비서실과 안보실, 경호처 소속 수행원을 최소화한 채 바르샤바대학을 나와 곧장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긴 여정에 올랐다.
한국 대통령으로 파병지가 아닌 전시국가를 직접 방문하는 첫 사례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순방 연장 결정과 관련, “그저께(14일) 저녁 그 시간이 아니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기회는 전쟁 끝날 때까지 없을 것처럼 보여 결심해야 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몸소 눈으로 현장을 확인할 때 구체적인 상황을 평가할 수 있고, 피부로 느끼면서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떤 협력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식별할 수 있었다”라고도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 책임 외교 실천 기조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글로벌 현안에 대해 입체적으로 긴밀히 연계한다는 명분도 작용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도착 직후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시 학살 현장과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됐던 이르핀시를 돌아봤다.
이어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한 후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110분 동안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와 공식 오찬을 가진 데 이어 키이우 시내 소피아 성당을 둘러봤다. 국립아동병원에서 부상 치료 중인 어린이들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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