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의 모습도 등장했지만 남한과 관련해선 어떤 언급도 없었다.
이날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운영하는 ‘조선의 출판물’ 홈페이지에는 지난해 12월 북한 국제친선전람관이 발간한 화첩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 드린 선물’이란 제목으로 관련 사진이 올라왔다.
국제친선전람관은 1978년 8월 평안북도 향산군 묘향산에 6층 규모의 건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게 전달된 선물을 보관·전시하고 있다. 평양에서 차량으로 2시간 남짓 거리이며 북한을 찾는 외국 손님들의 필수 관광 코스다.
화보는 서문에서 “이 화첩에는 김정일 동지께 170개 나라 각계층 인사들과 국제기구들에서 드린 4만여 점의 선물들 가운데 일부를 편집했다”고 소개했다.
210여쪽 분량의 화보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5월 중국을 찾아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수예 작품 ‘보춘도’를 선물 받는 모습, 2011년 7월 김정일과 앳된 얼굴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장더장(張德江) 중국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친선대표단이 준 선물을 바라보는 모습 등이 실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주석이던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에게 옻칠병풍 ‘청명상하도’를 선물한 장면을 소개하면서는 “(시 주석이) 김정일 동지께 드릴 선물을 선정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두고 생각을 거듭하던 끝에 중국의 전통적인 칠기공예품을 마련했다고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사진에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도 함께 포착됐다.
화보는 또 김 위원장이 2001년 8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은으로 된 다기(茶器)를 선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물에는 로조(북러) 친선관계를 더욱 공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인민의 뜨거운 마음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중·러처럼 우방국이 아닌 ‘적국’ 미국에서 받은 선물도 선전했다.
2000년 10월 미국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고(故)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부 장관이 선물한 농구공이 그것이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당시 농구광으로 알려졌던 김 위원장에게 미국 프로농구(NBA) 슈퍼스타였던 마이클 조던의 사인이 적힌 농구공을 선물하고 6시간이 넘는 공식 회담과 만찬, 공연 관람을 함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화보는 남측에서 받은 선물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은 청와대에서 준비한 진돗개 2마리와 60인치 컬러TV 1대, VTR 3세트, 전자오르간 등을 전달했다. 2007년 정상회담 때는 경남 통영의 나전칠기로 만든 12장생도 8폭 병풍, 다기와 명품차, DVD 세트, 드라마·다큐멘터리·영화 CD 등을 선물했다.
2018년 정상회담 때도 남북은 선물을 주고받았지만 선물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