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그 자체가 북핵 반대 옥죄기…北 ‘전략적 셈법’ 전환 일조 기대

회담 그 자체가 북핵 반대 옥죄기…北 ‘전략적 셈법’ 전환 일조 기대

강병철 기자
입력 2016-05-03 01:58
수정 2016-05-0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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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 북핵 메시지 통할까

2일 박근혜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수교 후 첫 정상회담에서 한목소리로 ‘북핵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번 회담이 핵에 관한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는 데 일조할지 주목된다.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 발언을 공히 북핵 문제로 마무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먼저 “한반도의 안정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원칙적으로 핵개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북핵 불용 및 비핵화에 관한 정부 입장을 설명했고,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충실한 이행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란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란 핵합의가 북한에 주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 2002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명명했던 이란, 이라크, 북한 중 이라크는 미국의 군사적 조치를 당했고 이란은 국제사회의 ‘러브콜’을 받는 식으로 운명이 갈렸다. 남은 북한은 이 중 어느 길을 따를지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이란 핵합의 이후 시리아-이란-파키스탄-북한으로 이어지는 핵미사일 네트워크인 ‘칸 네트워크’가 희미해져 고립이 더욱 심화될 상황에 놓였다. 이번 회담이 그 자체로 북한에 압박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는 질이 다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란은 줄곧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 신분을 유지했고 스스로 핵무기 개발도 부인해 왔지만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를 명시했다. 더구나 북한은 이미 지난해 7월 핵합의 이후 국제사회에서 이란의 위상 변화를 지켜봤음에도 올 초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날 회담 직후 북한 민간 매체 ‘메아리’는 “이란 인민 앞에 너절한 핵공조 동냥 바가지를 내들었다”라며 양국 공조를 폄훼했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이 상징적인 것을 넘어 실제 북한 비핵화에 어떤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라면서 “다만 북한도 핵을 포기하고 제재가 풀리면 이후 나아갈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을 보여준다는 의미는 있다”고 분석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6-05-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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