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화 기자의 WWW]
<1>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AP 연합뉴스
한 자리만 해도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 경제 관련 주요직을 세 개나 역임하는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경제학자가 탄생했다. 재닛 옐런(75) 신임 미 재무장관 이야기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 상원이 인준안을 찬성 84표, 반대 15표로 통과시키면서 옐런은 재무장관으로서 8만 7000여명의 직원과 200억달러(약 22조 3500억 원)을 관장하게 됐다. 미국 232년 역사상 첫 여성 재무장관이다. 50년 가까이 이어진 옐런의 이력은 단순히 ‘유리천장을 없앴다’는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는 오랫동안 남성의 분야로 여겨진 경제학에서 내딛는 걸음마다 여성의 역사를 새로 써 왔다.
동기 중 유일한 여성…우등 졸업에도 종신교수직 못 얻어워싱턴포스트(WP)는 옐런에 대해 “전국에서 여성의 교육 기회를 요구하는 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옐런은 학업을 마쳤다”고 했다. 여성이 학교에 간다는 것 자체가 익숙지 않던 1960~1970년대, 옐런은 자주 그 낯선 위치를 자각해야 했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 신문 편집부를 하던 재닛 옐런. 포트해밀턴 고등학교
옐런은 1971년부터 하버드대 조교수로 일할 때도 유일한 여성이었는데, 당시 매우 외로웠다고 한 바 있다. 대학에서 최우등학생 모임인 파이 베타 카파(Phi Beta Kappa)를 졸업했고, 박사 학위를 딴 뒤에는 그의 노트가 ‘족보’로 몇 년간 전해질 정도로 우수한 인재였지만 하버드대에서 종신 재직권(테뉴어)을 받지 못했다. 옐런은 한 인터뷰에서 “하버드대 시절 젊은 여성 교수로 많은 차별을 겪었다”며 “남자 동료 중 누구도 논문을 함께 쓰려고 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결혼한 뒤에도 경제학자로서 빨리 주목받지 못했다. 연준에서 일할 때 만난 그의 남편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 조지타운대 교수인데, 초기엔 이 같은 남편의 그림자에 가려지며 배우자의 일을 따라 자신의 일을 그만두는 사람(trailing spouse)라고 불리기도 했다.
2014년 타임 커버에 실린 재닛 옐런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닛 옐런을 연준 의장으로 임명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서울신문 DB
9200명 이상의 전현직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차별을 겪었다고 응답한 여성은 절반에 가까웠다. 남성은 3% 뿐이었다. 동료에 의해 동의 없는 신체 접촉 등 성추행과 심한 경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도 175명이었다.
여성 10명 중 3명은 자신의 업무가 동료들만큼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느꼈다고 답했다. AEA 회장 임기를 앞두고 있던 옐런은 당시 “이 설문에서 드러난 건 용납할 수 없는 문화”라고 비판했고, 이후 경제학계에 만연한 여성과 소수에 대한 차별을 드러내고 변화를 촉구했다.
옐런은 1998년 경제자문위원회 당시 ‘성별 임금 격차의 추세 설명’ 보고서도 내놨다. 그는 “여성과 남성의 평균 임금 격차는 1970년대 후반 약 40 %에서 1997년 약 25 %로 감소했다”면서도 “기술과 직업 특성 차이를 통제한 후에도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수입이 적다는 건 직업 시장에서 여전히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이 계속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료 “항상 준비된 메리 포핀스”…美 구원투수 될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내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지난해 8월 WP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저소득층 노동자가 겪을 어려움에 대해 우려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부자 증세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옐런을 잘 아는 이들은 그를 인생의 ‘멘토’로 여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인 메리 델리는 “옐런은 똑똑할뿐 아니라 항상 ‘사람’을 생각한다”며 “옐런과 얘기하면 사람들은 그들이 존중받았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연준 부의장 시절 옐런과 함께 식사하는 도중에 나이든 여성이 옐런에게 다가와 그녀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감사함을 표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옐런 첫 여성 재무장관 취임… 신고식 받는 여성 부통령
미국의 첫 여성 재무장관에 오른 재닛 옐런(왼쪽) 신임 장관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야외에서 남편이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인 조지 애컬로프가 든 성경에 왼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이 주재한 이날 취임 선서식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6피트(약 1.8m) 이상 떨어진 거리를 두고 진행됐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에 올랐던 옐런 장관은 이제 재무장관까지 모두 역임한 최초의 인사가 됐다.
워싱턴DC AFP 연합뉴스
워싱턴DC AFP 연합뉴스
앞으로 재무장관으로서의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가장 이들이 목숨을 잃은 미국에서 그는 이미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2800달러, 민주당에 2만 5000달러를 기부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재닛 옐런은 누구 · Janet Louise Yellen |
1946 미국 뉴욕 브루클린 출생 1963 고등학교 졸업생 대표로 졸업 1967 펨브룩 칼리지 경제학 학사 우등 졸업 (1971년 브라운대로 합병) 1971 예일대 경제학 박사 졸업(동기 중 유일한 여성) 1971~1976 하버드대 조교수 1977~1978 연준 이코노미스트 1994~1997 연준 이사 1997~1999 빌 클린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2004~2010 연준 산하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2010~2014 연준 부의장 2014~2018 연준 의장 (트럼프와 마찰로 연임 무산) 2021~ 미 재무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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