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하는 걸작, 운하 따라… 일상 속의 동화 같은 풍경[조현석 기자의 투어노트]

광장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하는 걸작, 운하 따라… 일상 속의 동화 같은 풍경[조현석 기자의 투어노트]

조현석 기자
조현석 기자
입력 2024-07-26 00:08
수정 2024-07-26 00: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문화·예술의 도시’ 암스테르담
세기의 작품 만나는 미술관 여행

세계적인 미술관을 돌아보는 테마 여행이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과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등 유명 작품들이 국내에 잇따라 선보이며 세기의 걸작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젊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운하의 도시’, ‘풍차와 튤립의 도시’를 넘어 ‘문화·예술의 도시’로 사랑받고 있다. 인구 90만명의 도시 암스테르담에는 한해 20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다. 반고흐 미술관, 안네 프랑크 하우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담 광장, 렘브란트 하우스 등 암스테르담 인기 명소 상위 5곳 중 3곳이 미술관이다.암스테르담에서는 렘브란트 판레인(1606~1669)의 ‘야경’,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해바라기’, 프란스 할스(1582~1666)의 ‘기분 좋은 술꾼’, 요하네스 페이메이르(1632~1675)의 ‘우유 따르는 여인’ 등 네덜란드 출신 화가들의 세기의 걸작을 만날 수 있다.
이미지 확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구도심 중심에 있는 담 광장은 13세기 암스텔강의 댐이 있던 곳으로 각종 공연이 펼쳐지는 만남의 장소다. 중앙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을 기념하는 흰색 오벨리스크가 있고 주변에는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암스테르담 왕궁과 고딕 양식의 신교회, 드 바이엔코르프 백화점, 마담투소 박물관 등이 있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구도심 중심에 있는 담 광장은 13세기 암스텔강의 댐이 있던 곳으로 각종 공연이 펼쳐지는 만남의 장소다. 중앙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을 기념하는 흰색 오벨리스크가 있고 주변에는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암스테르담 왕궁과 고딕 양식의 신교회, 드 바이엔코르프 백화점, 마담투소 박물관 등이 있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12세기 후반 작은 어촌에서 시작한 암스테르담은 17세기 세계 무역의 중심지로 ‘황금시대’를 누렸다. 이로 인해 부유한 상인들의 초상화를 그려 주는 상업 미술도 크게 번성했다. 이 시기 ‘인간의 영혼을 그리는 화가’ 렘브란트를 비롯해 경쾌한 붓터치로 순간의 표정을 묘사한 할스, 서민 일상을 사실적으로 화폭에 담은 페르메이르 등 초상화의 거장들이 탄생했다.
이미지 확대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에는 160여개의 운하가 도심 속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중세시대 고풍스러운 건물은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한다. 운하 지구는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에는 160여개의 운하가 도심 속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중세시대 고풍스러운 건물은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한다. 운하 지구는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네덜란드 황금시대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네덜란드 회화의 메카로 불리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이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5000여점의 작품과 기록물 등을 소장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중심인 담 광장에서 도보로 20분(1.8㎞) 떨어진 뮤지엄거리에 있다. 담 광장에서 암스테르담 왕궁, 신교회, 마담투소 박물관 등을 돌아본 뒤 운하를 따라 걸어가는 것이 좋다.

국립미술관에서 인기 있는 작품은 2층 중앙홀에 자리잡은 렘브란트의 ‘야경’(1642)이다. 빛과 그림자를 적절히 사용해 인물들의 심오한 감정을 담아냈다. 등장인물들을 동일한 크기로 표현한 기존 군상화(집단 초상화) 방식에서 벗어나 중심인물을 부각하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렘브란트가 초상화가로서 내리막길을 걷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렘브란트의 ‘책을 읽는 노인’(1631), ‘기수’(1636), ‘사도 바울의 모습을 한 자화상’(1661), ‘포목상 조합의 이사들’(1662) 등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인기 작품은 페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1658~1660)과 ‘연애편지’(1669), 할스의 ‘이삭 마사 부부의 초상’(1622), ‘기분 좋은 술꾼’(1628~1630), ‘남자의 초상’(1630~1633), ‘하를럼의 성아드리안 시민군의 장교들’(1633) 등이다.
이미지 확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2층 중앙홀에서 관람객들이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경’을 감상하고 있다. 작품의 실제 제목은 ‘프란스 반닝코크 대위의 민병대’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2층 중앙홀에서 관람객들이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경’을 감상하고 있다. 작품의 실제 제목은 ‘프란스 반닝코크 대위의 민병대’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17세기 황금시대 상업미술 번성
‘야경’ 등 5000여점 작품들 소장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1665·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소장)를 그린 페이메이르는 생전에 남긴 작품이 35점에 불과하지만 평범한 인물들의 특징을 포착해 고요하고 아름답게 화폭에 담았다. 할스는 경쾌한 붓 터치로 순간의 표정을 화폭에 담아 살아 있는 듯 생생한 인물을 묘사했다. 이는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 반 고흐의 ‘자화상’(1887)과 ‘밀밭’(1888), 안토니 반다이크의 ‘윌리엄과 메리 스튜어트 초상’(1641), 바르톨로메우스 판데르 헬스트의 ‘로엘로프 비커 대위가 지휘하는 8구역 민병대’(1640~1643) 등도 볼 수 있다.

미술관 2층 끝에 있는 난간에서는 거대한 책장이 있는 웅장한 도서관 내부를 내려다볼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이 도서관에는 국보급 희귀도서와 자료 50만여점이 소장돼 있다.

ⓘ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이며 입장료는 성인 22.50유로다(2024년 7월 현재).
이미지 확대
렘브란트 하우스에서는 렘브란트가 20년간 거주하며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화실을 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렘브란트 하우스에서는 렘브란트가 20년간 거주하며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화실을 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렘브란트 하우스
화실 등 공간과 200여점 작품도
‘하우스 캐비닛’ 고가 골동품 주목
렘브란트의 걸작들이 탄생한 작업실을 보려면 렘브란트 하우스로 가야 한다. 렘브란트 하우스는 그가 20년간 거주했던 5층짜리 저택을 개조한 박물관이다. 담 광장에서 도보로 10분(750m) 정도 걸리는 유대인 거주 지역 요덴브레이 거리에 있다.

렘브란트 하우스에서는 렘브란트의 굴곡진 삶을 돌아볼 수 있다. 그는 1606년 암스테르담 서쪽에 있는 레이던의 방앗간 집 아들로 태어났다. 해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예술가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20대에 미술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부유한 상인들로부터 초상화를 주문받으며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그는 1634년 사스키아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뒤 1639년 대출을 받아 당시 암스테르담 평균 집값의 10배가 넘는 호화주택을 매입했다.

하지만 ‘야경’을 그린 이후 초상화 주문이 줄고, 고가품 수집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 가다 1656년 파산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렘브란트 하우스에서는 화실과 거실, 식당, 침실 등 그가 생활하고 작업했던 공간을 볼 수 있다. 공간마다 200여점의 판화, 소묘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주목해서 봐야 할 곳은 ‘하우스 캐비닛’으로 불리는 방으로 그가 수집한 고가의 골동품과 조류 박제, 조각품 등이 전시돼 있다. 렘브란트의 파산을 불러온 수집품들이다.

ⓘ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이며 입장료는 성인 19.5유로다.
이미지 확대
반고흐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반 고흐의 작품 ‘꽃피는 아몬드 나무’를 감상하고 있다. 고흐가 프랑스 남부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태어난 조카에게 선물로 준 그림으로 조카의 탄생을 새로운 희망의 아몬드 나무에 비유했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반고흐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반 고흐의 작품 ‘꽃피는 아몬드 나무’를 감상하고 있다. 고흐가 프랑스 남부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태어난 조카에게 선물로 준 그림으로 조카의 탄생을 새로운 희망의 아몬드 나무에 비유했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반고흐 미술관
유화·드로잉 등 700점 이상 보유
‘꽃피는 아몬드 나무’ 눈여겨볼 만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5분 거리(350m)에는 반고흐 미술관이 있다. 1973년 문을 연 미술관은 반 고흐의 유화와 드로잉, 스케치 등 작품 700점 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 반고흐 미술관이다.

반 고흐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삶을 살아간 화가다. 그는 스무 살의 늦은 나이에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평생 그림 한 점 제대로 팔지 못했지만, 광기가 어린 내면의 본능을 캔버스에 쏟았다.

1853년 네덜란드 남부 그루트쥔데르트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았다. 평생을 괴롭혀 온 불안과 발작 증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890년 7월 27일 37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젊은 나이에 요절했고 화가로서의 인생을 산 것도 10여년에 불과했다.

5개 층으로 이뤄진 본관 1~2층에는 1882년부터 1890년까지의 회화, 3층에는 데생, 4층에는 그가 수집한 고갱 작품과 그의 화풍에도 영향을 미친 일본 판화 우키요에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반고흐의 편지 등은 기획전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동생 테오가 형과 주고받은 편지를 보관하던 장식장도 있다.

주요 작품은 ‘감자 먹는 사람들’(1885), ‘성경이 있는 정물’(1885), ‘자화상’(1887), ‘노란 집’(1888), ‘주아브 병사’(1888) ‘해바라기’(1889), ‘까마귀 나는 밀밭’(1890) 등이다.

반 고흐가 프랑스 외곽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 방안의 이젤에 놓여 있던 마지막 작품이자 미완성 작품인 ‘나무뿌리와 기둥’(1890), 폴 고갱이 그린 ‘해바라기를 그리는 반고흐’(1888)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꽃피는 아몬드 나무’(1890)이다. 남프랑스 아를에서 고갱과 불화 끝에 귀를 자르고 인근 생레미 정신병원해 입원했을 당시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조카(동생 테오의 아들)의 탄생을 기념해 그린 작품이다. 반고흐 미술관의 탄생에는 고흐의 그림을 모두 상속받은 조카의 공이 컸다.

ⓘ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며 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다. 입장료는 성인 22유로다.
이미지 확대
수제맥주를 제조·판매하는 담 광장 인근 비어파브릭에서 관광객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수제맥주를 제조·판매하는 담 광장 인근 비어파브릭에서 관광객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가 볼 곳과 피할 곳
‘안네의 집’ 보고 수제 맥주 맛보고
홍등가·대마초 파는 커피숍 주의
암스테르담은 운하의 도시답게 160여개의 운하가 도심 속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운하를 따라 빼곡하게 늘어선 중세시대 고풍스러운 건물은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한다. 운하 크루즈를 이용하면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운하지구를 돌아볼 수 있다. 또 세계적인 치즈 수출국답게 다양한 치즈도 맛볼 수 있고 하이네켄 맥주의 본고장답게 다양한 수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브루어리가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안네 프랑크의 집이다.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 프랑크(1929~1945)와 가족들이 독일 나치를 피해 숨어 살던 곳이다. 규모가 크지 않아 예약이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다. 입장료는 성인 23유로다.
이미지 확대
홍등가 주변은 치안이 좋지 않고 대마초 냄새가 진동하는 곳으로 밤에는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홍등가 주변은 치안이 좋지 않고 대마초 냄새가 진동하는 곳으로 밤에는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암스테르담 조현석 기자
반면 피해야 할 곳은 ‘홍등가’다. 해상무역 강국으로 떠오른 17세기 뱃사람들로 인해 형성된 곳이다. 일대는 치안이 좋지 않고 대마초 냄새가 진동하는 곳인 만큼 특히 밤에는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커피숍이라고 쓰인 곳은 커피와 대마초를 판매하는 곳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

[여행수첩]

ⓘ 항공 : 인천에서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까지는 대한항공과 네덜란드 항공에서 직항편을 운항한다. 갈 때는 14시간, 올 때는 12시간 걸린다. 공항에서 중앙역까지 직통열차를 이용하면 20분 걸리며 요금은 5.9유로다. ‘NS 철도’ 앱에서 1유로 저렴하다.

ⓘ 호텔 : 암스테르담은 유럽에서도 숙박비가 비싼 편이다. 중앙역 인근 구도심 지역 호텔은 1박에 20만~50만원대지만 미술관이 있는 뮤지엄플레인 주변은 10만~30만원대로 약간 저렴한 편이다.

ⓘ 교통 : GVB 교통패스를 사면 편리하다. 1일권(24시간) 9유로, 2일권(48시간) 15유로, 3일권(72시간) 21유로다. 1회권(1시간)은 3.4유로다.

ⓘ 미술관 : 뮤지엄카드(Museumkaart)를 네덜란드 박물관협회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사면 네덜란드 내 박물관 500여곳을 1년 동안 무제한 입장할 수 있다. 성인 75유로, 18세 이하 39유로다. 각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구매하거나 뮤지엄카드가 있어도 홈페이지에서 2~3주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2024-07-26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