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톡톡 다시읽기] 삼국유사 어떻게 완성했나

[고전톡톡 다시읽기] 삼국유사 어떻게 완성했나

입력 2010-12-20 00:00
수정 2010-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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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은 우리 나이로 14살에 설악산 진전사로 출가하여 84살 경북 군위의 인각사에서 입적했다. 충렬왕의 총애를 받으며 국존의 지위에까지 올랐던 최상층 승려 일연. 그는 출가해서 입적하기까지의 60년 동안 설악산의 진전사, 광주의 무량사, 남해의 정림사, 개경의 선월사와 불일사, 현풍의 보당암, 문경의 무주암과 묘문암, 달성의 인홍사, 포항의 오어사, 청도의 운문사, 군위의 인각사 등 전국 각처를 떠돌았다.

일연은 경북 군위의 인각사에 머물던, 생애 마지막 5년(79~84세) 동안 ‘삼국유사’를 집필 했고 제자 무극이 편찬을 도왔다고 한다. 그러나 ‘삼국유사’의 발간이 단지 몇 년 동안에 이루어진 작업의 결과는 결코 아니었다. 일연이 승려 생활 60년 동안 전국을 떠돌며 읽고 듣고 수집한 그 방대한 ‘자료’들이 없었다면 ‘삼국유사’의 편찬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삼국유사’에는 수많은 자료가 인용되어 있는데, 국내의 역사서와 중국의 역사서만이 아니라 방대한 분량의 금석문, 고문서, 사적지, 설화 등 해당 지방에 머물거나 가보지 않고는 구할 수 없는 사료가 대부분이다. 일연은 현지를 방문하여 각종 문서, 유물과 유적, 설화 등을 조사·판독·채록하며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했다. ‘삼국유사’에는 현지답사를 통해 직접 관찰한 유물유적의 상태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관찰만으로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지 노인들에게 직접 조사한 이야기를 덧붙여 보완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사건들은 멋대로 가공한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한 조사와 고증을 거친 결과물이다. 단 하나의 이야기도 일연은 허투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일연은 부지런히 조사하고, 수집하고, 채록했다. 그리고 생의 막바지에 ‘삼국유사’를 편찬하고 죽었다. 일연의 ‘삼국유사’로부터 얻은 깨달음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의 역사를 쓰기 위해 거의 평생을 길 위에 섰으며 관찰하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 그 여정에서 얻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삼국유사’를 통해 살아 숨쉬고, 그 숨결은 천년을 넘어 우리에게까지 이어져왔다는 사실.

2010-12-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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