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전형 3200개 수능·학생부·논술·면접 반영 비율 제각각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원 강사로 활동하던 A(36)씨는 몇 년 전부터 ‘입학사정관제 전문 컨설팅’으로 업종을 바꿔 큰 성공을 거뒀다. 소위 ‘SKY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진학하려는 수험생 한 명당 2000만원을 받고 입시를 마칠 때까지 학생의 모든 업무를 책임져 준다. 자신의 손을 거쳐 대학에 합격한 학생의 부모에게는 “입소문을 내 주면 받은 돈의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해 수험생을 모은다. A씨는 최근 서울의 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한 학생의 90% 정도가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밝힌 데 대해 “컨설팅 등 사교육의 도움을 받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수험생이 몇이나 되겠느냐”면서 “입학사정관들을 완벽히 속일 수 있을 만큼 철저하게 반복해 준비시키되 ‘프로’의 냄새는 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일선 교사들조차도 숙지하기 힘든 대학입시 제도가 사교육 기관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203개 4년제 대학이 발표한 2013학년도 수시모집 전형의 유형은 3200여개로, 대학 한 곳당 평균 16가지 전형방식을 마련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대학마다 학생부와 논술, 면접, 수능 등의 반영 비율이 제각각이고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경력 서류 등을 수험생들이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별도의 입시컨설팅 없이는 입학 전형에 응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수백만원에 이르는 거액을 지불하고 전문 업체에 자녀의 입시를 맡기고 있다. 실제 강남의 한 유명 컨설팅 업체의 경우 ▲모의고사 성적 분석 ▲학생부 성적 분석 ▲동기부여 ▲학습계획표 설정 ▲학습전략 수립 ▲자기소개서 점검 및 방향제시 등 서비스 제공을 대가로 수험생 한 명당 200만원을 받고 있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모들은 거액을 들여 A씨와 같은 1대1 전문 강사를 소개받기도 한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상당수 업체들은 학원비 상한 등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활동한다”며 현 입시컨설팅 시장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3-01-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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