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품은 ‘황후의 과일’
새콤달콤한 맛과 향기로 ‘황후의 과일’이라는 애칭을 지닌 딸기는 역사 속에선 먹는 과일이라기보다 약재와 관상용이었다. 지금의 딸기는 남미 칠레산종과 미국 서부산종이 유럽에서 교잡하며 탄생했다. 딸기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소염·진통에 효과가 있다. 최근엔 고혈압과 당뇨, 비만, 심혈관계 질환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영양 만점의 과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20세기 초 일본에서 들어왔다.딸기는 이제 봄뿐 아니라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됐다. 겨울철에도 수확이 가능한 국산 품종의 보급과 시설재배 기술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 품종이 90% 이상을 점유해 로열티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들이 2005년 ‘설향’이라는 딸기 품종을 개발하면서 로열티 문제는 해결했다. 농가에 보급된지 10년도 안 돼 일본 품종을 제치고 전국 딸기 재배 면적의 7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면적으로는 5300㏊가 넘는다.
설향은 겨울철 생산이 가능한 데다 과실이 크고 당도가 높다. 여기에 신맛도 적절히 어우러져 달콤하면서 새콤한 맛을 낸다. 과즙이 풍부해 한 입 깨물면 상쾌한 기분이 들어 젊은층에서 인기가 더 좋다. 물론 딸기 맛도 중요하지만 재배 농가에서는 수량(딸기 개수)도 많고 병에 강해야 재배가 수월한데 설향은 ‘흰가루병’(식물의 잎·줄기에 흰가루 형태의 반점이 생기는 식물병)에도 강하다. 친환경 재배가 가능하고 수량도 많아서 딸기 품종의 ‘팔방미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딸기 푸딩
딸기 슈
●사시사철 딸기 수확 체험 농장… 프로그램 풍성
딸기는 언제 가장 맛이 좋을까. 물론 재배 품종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통 겨울철에 생산되는 딸기가 당분 함량이 높고 신맛은 적어 봄철보다 우수한 편이다. 제철 과일이 최고라는 말은 딸기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셈이다.
딸기는 키가 30㎝ 내외다. 따라서 농부들이 작고 좁은 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작업할 때가 많다. 특히 딸기는 일주일에 2회 이상 수확하기 때문에 노동력이 다른 작물에 비해 많이 필요하다. 이런 불편한 작업 자세를 개선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설(高設)식 수경재배’가 최근에 크게 늘고 있다. 이른바 ‘침대 딸기’라고 하는데 딸기를 심는 위치를 허리 높이 이상 올린 것이다. 쪼그리며 하던 작업들을 이제는 서서하거나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다. 악성 노동에서 벗어나 작업 편의성을 높인 셈이다. 수확 기간도 한 달 이상 길어지면서 생산량이 기존 재배 방식보다 50% 이상 개선됐다. 여기에 공중에서 딸기가 달리기 때문에 흙이 닿지 않아 깨끗하고 고품질의 신선한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체 딸기 재배 면적의 10%(664㏊) 정도가 고설식 수경재배로 재배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파프리카가 수경재배 면적이 가장 많았지만 최근엔 딸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농촌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맞춤형 재배 방식이다.
딸기는 키우고 수확하고 먹는 즐거움을 모두 제공하는 도시농업의 대표 아이템이다. 예전엔 딸기 대부분이 밭에서 재배됐다. 하지만 지금은 지속적인 품종 개발과 재배 방식의 다양화로 생산 시기가 당겨지고 수확 시기는 길어지고 있다.
●국산 품종 ‘설향’ 보급 확대… 年 생산액 1조대 ‘쑥쑥’
특히 분홍색 꽃이 피는 관상용 품종이 개발되면서 집 안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졌다. 사시사철 딸기의 꽃과 향, 열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일반 딸기는 가을에 꽃눈이 생기고 이듬해 봄에 한 차례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반면 관상용 딸기는 여름 내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관상용 딸기 ‘관하’는 관상용이면서 과실도 별미로 먹을 수 있다. 보고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또 딸기 수확 체험은 겨울방학 아이들 교육용으로 훌륭한 소재다. 도시 근교와 딸기 주산지를 중심으로 체험 농장이 늘고 있다. 수확체험 외에 딸기 화분과 딸기 비누, 딸기잼 직접 만들기 등을 연계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지역마다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체험 농장은 무농약 재배가 기본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 딸기 농장의 수확 체험 프로그램은 가족 간 소통과 아이들 교육에도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딸기 산업은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생산액 규모가 1조 3000억원으로 2005년에 견줘 2배가량 증가했다. 출하 시기가 봄철에서 겨울철로 바뀌면서 안정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국산품종 ‘설향’ 개발과 보급 확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농가 대부분이 설향으로 재배하다 보니 출하량이 특정 시기에 몰리면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맛을 가진 품종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겨울철 미국에서 수입되는 오렌지 시장이 앞으로 전면 개방됨에 따라 그 여파로 겨울철 딸기 소비도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딸기산업의 또 한번 도약을 위해서는 설향 품종보다 수량이 많으면서 고품질의 맛을 지닌 새로운 국산 품종이 빨리 나와야 한다. 시장 다변화 전략과 함께 국가대표 딸기 브랜드를 창출해 내수와 수출시장 모두를 공략하는 전략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기관 간 상호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김대영 농촌진흥청 채소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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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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