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를 가다
중앙아시아 거리의 중심가에는 365일 만국기가 휘날린다. 주말에는 전국에서 모인 중앙아시아인들로 거리와 상점은 붐빈다.
이 곳은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유흥가로 흥청거리던 뒷골목이었다. 1990년 한·러 수교 이후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이 동대문 의류시장을 중심으로 교역을 하면서 생겨났다. 지금은 러시아인뿐만 아니라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다양한 국적 소유자들이 돈벌이를 위해서 북적거리는 장소가 됐다. 환전소, 무역 중개업체, 여행사, 탁송회사, 각국 음식점들이 하나둘 생겨나서 200여 업체가 밀집해 있다. 이주민들에게 생활터전이자 제2의 고향이 된 것이다.
광희동 네거리에 설치되어 있는 동대문 실크로드 이정표, 중앙아시아 주요 도시까지의 거리를 나타내고 있다.
광희동 네거리에는 동대문 실크로드 이정표가 있다. 중앙아시아 주요 도시들과 거리를 나타낸다. 보통 5000㎞ 내외에서 먼 도시는 7000㎞가 넘는 표지가 있다. 이주민들이 얼마나 먼 땅에서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신금호타워빌딩 일명 ‘몽골타워’로 몽골인들이 운영하는 상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몽골음식점 ‘유목민 몽골’. 전통가옥 겔을 장식해 놓았다.
우즈베키스탄 음식 카잔카봅(양갈비조림)과 만티(만두).
키릴 문자로 쓰여진 화장품 가게, 거리 곳곳에 키릴 문자로 쓰여진 간판이 넘쳐난다.
주말이면 거리와 상점들은 전국에서 모여든 중앙아시아인으로 넘쳐난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고, 고향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향수를 달랜다.
고려인 3세 야나는 이면도로 2층에 ‘사마르칸트 시티’라는 우즈베키스탄 식당을 운영한다. 2006년에 우즈베키스탄 남편과 이주해서 한국말을 처음 배웠고,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10년 만에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식점을 열었다. 그녀는 지금의 안정적인 한국 생활에 만족을 나타내면서 한편으론 “경제적인 문제로 사람 간의 사이가 멀어진다” 며 현 세태를 걱정했다.
이슬람 복장을 한 일가족이 나들이를 하고 있다.
중앙아시아거리는 글로벌 시대의 풍경이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은 공존, 상생, 향수의 거리이다.
글 사진 김명국선임기자 daunso@seoul.co.kr
2019-08-09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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