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기술에 접목된 3D 프린터
차세대 혁신 기술로 꼽히는 3D 프린터가 뜨고 있다. 3D 프린터는 잉크 대신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의 재료를 이용해 밑에서부터 층을 쌓아 올려 입체적인 제품을 출력하는 기기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모든 제조 방법에 혁신을 가져올 기술로 3D 프린터를 언급한 바 있다. 시제품이나 피규어 등 주로 소품 제작에 사용되던 3D 프린터가 최근 의료 현장에 활용되면서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이상호 만드로 대표가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전자의수의 작동 시험을 하며 손을 잡아 보고 있다.


세 번째로 제작한 전자의수를 이상호 만드로 대표가 공들여서 조립하고 있다.


백정환 에이치성형외과 원장이 3D 프린터로 출력한 뼈 모델을 들고 환자에게 수술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으로 3D 프린터 관련 1인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이상호(35) 만드로 대표가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전자의수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초 3D 프린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고로 양손을 잃은 동갑내기 남성이 올린 글을 읽고 3D 프린터로 전자의수 제작에 도전했다. 시판 중인 전자의수가 싸게는 1000만원부터 1억원을 호가할 만큼 고가인 탓에 장애인들이 쉽게 구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제작 단가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온라인에서 찾은 외국 사례를 참고해 첫 번째 전자의수를 만들었다. ABS플라스틱을 사용해 3D 프린터로 출력한 손틀과 손가락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전자 감지기와 모터 등 구동을 위한 부품을 더해 5일 만에 첫 전자의수를 완성, 글을 올린 남성에게 선물했다. 이 대표가 전자의수 제작에 사용한 비용은 20여만원에 불과하다. 초기 모델의 단점을 보완해 가며 현재 세 번째 전자의수를 제작 중이다. 이 대표는 제작 관련 내용을 한 포털사이트 뉴스펀딩 페이지에 올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과 반응이 뜨겁다. 그가 3D 프린터로 만든 전자의수가 절단 장애를 가진 장애인과 이들의 가족들에게 작은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진료실 한쪽에 3D FIT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뼈 모델이 나란히 놓여 있다.


전자의수의 손가락 부품이 3D 프린터에서 출력되고 있다.
전문 의료 현장에서도 3D 프린터를 활용해 의료 서비스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백정환 에이치성형외과 원장은 3D 프린터를 성형수술 분야에 도입해 3D FIT 안면조소술(이하 3D FIT)이라는 새로운 재건 수술을 개발했다. 3D FIT은 3D CT로 스캔한 환자의 데이터를 3D 프린터에 입력해 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일치하는 환자의 뼈 모델을 출력한 후 이를 토대로 손상 부위에 딱 들어맞는 보형물을 만들어 이식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재건 수술과 비교해 수술 시간이 짧고 보형물의 이격 탓에 생기던 환자의 통증이 사라진 것이 장점이다. 꼭 맞는 보형물을 사용한 덕에 수술 부위가 외관상으로도 자연스러워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사고로 두개골이나 안면부가 함몰됐거나 사각턱과절제 등 미용성형 부작용을 겪고 있지만 기존 재건 수술로는 치료가 힘들거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3D FIT을 찾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3D 프린터를 암수술에 활용해 최근 6개월 동안 신장암 환자 15명의 신장 부분절제술을 성공시켰다. 의료진은 암 조직 형태까지 입체적으로 출력해 만든 환자의 신장 모형을 눈으로 보며 수술 전 절제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암 덩어리는 모두 제거하고 정상 조직은 최대한 보존해 수술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
이외에도 무릎 연골 수술이나 치과 치료 등 3D 프린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3D 프린터가 의학 기술 발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3D 프린터가 더 많은 이들의 삶에 희망을 출력하길 기대해 본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2015-04-13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