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일기] 열일곱살 생일 축하해, 초롱아
개의 나이 열일곱. 이렇게 빨리,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도, 감각도 없어질 거라는 생각을 그땐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평일엔 직장에 다니느라, 주말엔 여행 다닌다고, 엄마 몫으로 두었던 초롱이의 간호를 재작년부터 저 혼자 하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90대 할머니. 간 종양이 생겼고, 저혈당이 심해졌습니다. 간에 종양이 발견된 그 해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초롱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초반에는 2주에 한번 병원에서 피검사와 초음파 진단을 했고,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내원해 하루 두 번 처방약과 하루 5번의 당, 6종류의 영양제를 시간에 맞춰 먹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부터는 원을 그리고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평형감각이 계속 떨어진 탓이죠. 올해부터는 아예 혼자서는 걸을 수 없게 됐습니다. 집 안에서도 줄에 지탱해야 겨우 걸을 정도로 기력이 떨어졌어요. 한번은 혼자 일어나 보겠다고 발버둥 치다 얼굴이 까지는 일도 생겼습니다. 그 뒤로는 늘 초롱이를 보고, 안고 있습니다. 그러다 제 손목에는 염증이, 발목에는 멍이 들었죠.
[노견일기] @bborimoon
제 힘으로 서있지 못해도, 걸을 수 없어도..함께라 좋고 예쁜 날들
얼마 남지 않은 털은 푸석푸석해지고, 몸무게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듭니다. 그래도 초롱이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오늘 우리가 함께 한다는 데 감사하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걱정을 가득 안고 병원에 갔다가 결과가 괜찮으면 콧노래가 나오고, 나쁘면 펑펑 울고... 초롱이를 1순위로 두고 살고 있는 요즘, 가족은 걱정을 많이 합니다.
저도 걱정이 됩니다. 초롱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면 어떻게 될까. 이겨낼 수 있을까. 살아갈 수 있을까. 호칭만 언니지 가슴으로 키운 자식 같은 녀석이 떠날 날이 다가온다는 게 두렵고 서럽지만, 지금은 오늘, 어떻게 하면 초롱이가 행복해할지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늘 부족한 마음이지만 초롱이는 저의 전부입니다. 전부를 줘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생명입니다. 고통이 심하지 않게 행복한 기억을 지니고 떠날 수 있길 기도합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누군가는 자식을 떠나보낸 슬픔에 비유합니다. 그 정도로 큰 상실감이란 뜻이겠지요. 훗날 아이들이 떠나면 그 아픔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기를,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 초롱이언니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
김유민의 노견일기 - 늙고 아픈 동물이 버림받지 않기를
http://blog.naver.com/y_mint 인스타 olddogdiary 페이스북 olddogfamily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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