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어느 가정집에서 입양한 해피는 택배박스로 보내졌어요. 2001년 6월 4일 아빠가 터미널에서 받아왔는데 그 과정이 중학생인 제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상자에 담아 보내왔거든요. 그 더운 여름날, 같이 온 사람도 없이 버스 밑 짐칸에 갇혀 온 작은 생명이 참 위태롭고, 그렇게 보낸 주인집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먼 길을 상자 안에 갇혀 오느라 헥헥거리는 해피에게 엄마는 차가운 우유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신발장 앞에 거의 죽어 있는 듯 누워있었어요. 새벽에 해피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응급조치로 해피는 살 수 있었고, 거의 10년간 아픈 데 없이 잘 지내주었어요.
그런데 정확히 1년 뒤 마른 기침이 시작됐어요. 늙어서 입이 건조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심장에 문제가 있던 것이었어요. 그 해 겨울에 추울까봐 이동가방 안에 넣고 두꺼운 잠바로 덮어 함께 외출을 했는데, 다음날부터 기침이 심해졌어요. 그저 감기이겠거니 했는데 심장이 커지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보통 개들보다 3배 이상까지 커진 심장 때문에 갈비뼈도 같이 넓어지고 있었고, 심장약을 먹였지만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니 해피는 고통스러워했어요. 갈비뼈와 심장이 닿으니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진 해피는 그 좋아하는 산책을 할 수도 없고, 털썩 주저 앉아버렸습니다. 핏줄이 보일 정도로 심하게 차오른 복수를 약물로 빼내기 시작하면서는 소변 실수도 잦아졌지요.
웬일인지 복수가 차지 않던 날 약을 먹이고 잠이 들었는데 매일 아침이면 제 방으로 오던 녀석이 그날따라 오지 않았어요. 일어나서 해피를 찾았더니 동생방 바닥에 옷을 깔고 누워있었습니다. 불러도 쳐다만 보고 오지 않고, 그렇게 좋아라하는 사과를 먹고 있어도 오지 않았어요. 사각거리는 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나 오던 아이였는데 말이죠.
마침 약이 떨어져 동물병원에 가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밀린 목욕도 해주려고 했는데, 축 쳐진 해피에게 “약 짓고 와서 씻겨줄게”라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일 줄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병원에 간다고 집을 나서지 않았을 텐데.
밖에서 해피가 갔다는 아빠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거실에서 묽은 변을 보고 비틀거리며 문 앞에 나가 숨을 쉬지 않았다고, 그게 우리 해피의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자고 있는 모습으로 간 해피를 보며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아픈 해피 옆을 최선을 다해 지켜 후회는 없어요. 해피의 수술, 약물치료 비용 모두 좋지 않은 집안 사정에 부담이 됐지만, 해피를 위해 할 수 있는 치료는 하고 싶었어요. 더 잘해 줄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은 있지만요.
해피가 떠난 그 자리엔 허전함이 가득해요. 밥그릇 있던 그 자리가 유독 쓸쓸합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때, 스스로 초라하다고 생각될 때, 한결같이 저를 바라봐주고 반겨준 가족이거든요. 크고 까만 눈망울과 나눈 수많은 교감을 통해 사랑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배운 사랑을 꼭 베풀며 살아가고 싶어요.
해피야, 언니 없이 무지개다리 잘 건넜지? 부디 그 곳에선 아프지 마. 언니가 정말 많이 사랑해. 7월 3일. 햇수로 16년 동안 함께한 믹스말티즈 해피를 보내며.
-해피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로 보내주세요.
[노견일기] 상자에 담겨 우리집으로 오게 된 해피
그런데 정확히 1년 뒤 마른 기침이 시작됐어요. 늙어서 입이 건조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심장에 문제가 있던 것이었어요. 그 해 겨울에 추울까봐 이동가방 안에 넣고 두꺼운 잠바로 덮어 함께 외출을 했는데, 다음날부터 기침이 심해졌어요. 그저 감기이겠거니 했는데 심장이 커지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보통 개들보다 3배 이상까지 커진 심장 때문에 갈비뼈도 같이 넓어지고 있었고, 심장약을 먹였지만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니 해피는 고통스러워했어요. 갈비뼈와 심장이 닿으니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진 해피는 그 좋아하는 산책을 할 수도 없고, 털썩 주저 앉아버렸습니다. 핏줄이 보일 정도로 심하게 차오른 복수를 약물로 빼내기 시작하면서는 소변 실수도 잦아졌지요.
웬일인지 복수가 차지 않던 날 약을 먹이고 잠이 들었는데 매일 아침이면 제 방으로 오던 녀석이 그날따라 오지 않았어요. 일어나서 해피를 찾았더니 동생방 바닥에 옷을 깔고 누워있었습니다. 불러도 쳐다만 보고 오지 않고, 그렇게 좋아라하는 사과를 먹고 있어도 오지 않았어요. 사각거리는 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나 오던 아이였는데 말이죠.
마침 약이 떨어져 동물병원에 가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밀린 목욕도 해주려고 했는데, 축 쳐진 해피에게 “약 짓고 와서 씻겨줄게”라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일 줄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병원에 간다고 집을 나서지 않았을 텐데.
밖에서 해피가 갔다는 아빠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거실에서 묽은 변을 보고 비틀거리며 문 앞에 나가 숨을 쉬지 않았다고, 그게 우리 해피의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자고 있는 모습으로 간 해피를 보며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노견일기] 해피가 떠나던 날, 마지막 모습
해피가 떠난 그 자리엔 허전함이 가득해요. 밥그릇 있던 그 자리가 유독 쓸쓸합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때, 스스로 초라하다고 생각될 때, 한결같이 저를 바라봐주고 반겨준 가족이거든요. 크고 까만 눈망울과 나눈 수많은 교감을 통해 사랑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배운 사랑을 꼭 베풀며 살아가고 싶어요.
해피야, 언니 없이 무지개다리 잘 건넜지? 부디 그 곳에선 아프지 마. 언니가 정말 많이 사랑해. 7월 3일. 햇수로 16년 동안 함께한 믹스말티즈 해피를 보내며.
-해피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
김유민의 노견일기 - 늙고 아픈 동물이 버림받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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