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일기] 꼬마와 꼬마의 아들 딸, 노견 세 식구.
개 나이 열여섯, 사람 나이로는 90세 할머니. 나보다 먼저 나이 들어버린 내 동생 ‘꼬마’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2002년이었어요. 초등학생이던 제 품에 쏙 들어오던 작은 시추는 꼬마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렸습니다.
꼬마의 아들 일남이, 딸 막내도 벌써 13살 노견. 우리 집엔 시추 할머니 할아버지 세 가족이 살고 있네요. 꼬마도, 일남이도, 막내도 노화가 왔지만 유독 꼬마에게 신경이 쓰입니다. 나이도 가장 많고, 출산도 경험해서 그런지 부쩍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우리 꼬마, 젊었을 적엔 기운도 팔팔하고 한 성깔 했어요. 간식 먹을 때 조금이라도 건들면 불같이 승질을 내고, 가족이 아닌 사람이 집에 들어오려 하면 우렁차게 짖었죠.
나이가 들면서 눈이 멀어가고, 귀도 안 들리니 꼬마의 하루는 멈춰있을 때가 많아요. 최근엔 호흡도 가빠지고, 기침이 심해졌어요. 병원에서 꼬마가 심장병이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했어요.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아침저녁 심장약을 매일 먹지만 밤마다 숨 쉬는 걸 많이 힘들어해요. 아파도 식탐이 많아서 먹는 거라면 마다한 적이 없었는데, 좋아하는 간식도 도통 먹질 않네요.
꼬마야, 기운이 없어서 그런 거지? 누워만 있는 꼬마를 보며 이제는 조금씩 이별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만 더 오래 머물러주길 바라게 됩니다.
우리 꼬마, 예전처럼 달려와서 애교를 부리진 못해도 집에 들어오면 아프고 힘든 몸을 끌고 현관문으로 와 인사를 해줘요. 이렇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평생을 매일같이 변하지 않는 사랑을 주는 생명체가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꼬마 어릴 때 사진을 보며 웃다가, 눈물이 나네요. 안쓰럽고, 귀엽고, 고마운..나보다 먼저 늙어버린 내 동생 꼬마. 남은 날 동안 더 잘해주고, 사랑해주고, 아껴줄 겁니다.
[노견일기] 꼬마야, 우리 함께한 지 벌써 16년이네
늘 한결같은 사랑을 준 우리집 꼬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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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유민의 노견일기]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김유민의 노견일기 - 늙고 아픈 동물이 버림받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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