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일기] 꼬박 이틀을 누워있던 복실이
기운이 없는데 너무 평온해보여서, 그래서 슬퍼졌다.
복실이는 이상하리만치 움직임이 없었다. 나이가 들어 느릿해지고 잠이 늘은 것은 진즉 알았지만 48시간 내내 몸을 축 늘어뜨리고 실눈으로 잠을 잤다. 그러면서도 얼굴은 햇빛이 들어오는 베란다 쪽을 향했다. 지나치게 평온해보이는 그 모습이 불안해져서 괜히 흔들어도 봤다. 눈꺼풀이 살짝 올라갔다 다시 내려왔다.
가만히 늙은 내 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네 곁에 하루종일 있는데 우리는 그 흔한 산책 한번을 못한다. 품에 안고라도 바깥 공기를 쐬어주고 싶은데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보인다. 그저 쉬게 해줘야 할 것 같다. 늘 복실이의 마지막에 내가 있었으면, 부디 아프거나 괴로워하지 않고 평온했으면 하고 바래왔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는 너를 보낼 수 없는 것 같다.
이틀을 꼬박 누워만있던 복실이가 몸을 일으켰다. 마음 속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평소처럼 다시 물을 마시고, 볼일을 보고, 음식을 먹는데 그 별거아닌 움직임 하나가 사무치게 고맙다. 왠일인지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를 온몸으로 반기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내 하루의 색과 온도가 어제의 것이 아닌 것 같다.
급기야 발을 총총거린다. 연휴 내내 옆에 있어줬다고 선물을 주고 싶은건지 내 뒤를 폴짝거리며 따라다닌다. 새끼일때만 하던 숨바꼭질까지 해준다. 집안 구석에 숨어 ‘복실아~’ 하면 귀신같이 날 찾고 신나하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이전 집, 그 이전 집에서의 나와 복실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늙은 개를 집에 혼자 두어야 할때 느끼는 불안감이 커져 간다. 아무도 없을 때 갑자기 아플까봐 그래서 잘못될까봐 겁이 난다. 부모님과 일하는 시간이 반대라서 오후까진 부모님이, 퇴근하고는 내가 집에 있기로 했다. 평일 저녁 약속도, 긴 여행도 올해는 생략하기로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할 때 가장 신경써야할 것은 좋은 집도, 사료도 아닌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옆에 있어주자고 다짐한다. 열 여섯해를 가족이 오기만을 기다린 개가 바라는 유일한 것은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래서 힘없고 늙은 개는 오늘도 밖에 나간 가족을 기다린다. 출근길에 누워있는 개에게 ‘너는 좋겠다’ 그랬는데 막상 누워만 있으니 좋은게 없다. 좋아하는 하얀 눈이 내리면 밖에 나가고 싶을 텐데 기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그저 누워있을 수 밖에 없어서 참 답답하고 외로웠겠구나. 창밖을 바라보다 심심하고 그러다 서글펐겠구나. 뒤늦게 헤아려보는 개의 하루. 부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을 함께 볼 수 있길, 그리고 우리가 함께하는 봄이 몇번 더 남아있길.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김유민의 노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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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일기] 하늘로 간 천사 미미의 사연
일평생 착하고 착했던 저의 천사 미미는 2016년 12월29일 저와 저희 가족들과 이별을 했답니다. 혼자가 아니라고 꼭 껴안고 많이 사랑받고 있으니, 편안하게 눈 감아달라고 기도했어요. 사랑스러운 마음을 선물해주고 간 미미가 참 많이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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