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인사이드] 꿈이 현실로…레이저로 ‘박격포탄’ 잡는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꿈이 현실로…레이저로 ‘박격포탄’ 잡는다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9-11-17 11:33
수정 2021-05-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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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세계 ‘레이저 무기’ 개발 경쟁

움직이는 ‘무인기’에 레이저 쏴 격추
100㎾급, 로켓·포탄도 요격 가능
60㎾급까지 개발…경량화 등 과제
방사청도 880억 투입해 개발 추진
미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부(SMDC)가 개발 중인 ‘이동식 고에너지 전술레이저’(MTHEL). 기동성이 뛰어난 18t 무게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보잉사가 무인기 요격용으로 개발한 5㎾ 레이저포(원안)를 장착한 모습이다. 유튜브 영상캡쳐
미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부(SMDC)가 개발 중인 ‘이동식 고에너지 전술레이저’(MTHEL). 기동성이 뛰어난 18t 무게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보잉사가 무인기 요격용으로 개발한 5㎾ 레이저포(원안)를 장착한 모습이다. 유튜브 영상캡쳐
‘레이저’는 공상과학(SF)영화에 수없이 등장한,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무기입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 항공기를 파괴하는 모습은 환상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실제 레이저는 기상상황과 거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무기화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리만족을 위해 선택한 것이 영화였죠.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항공기를 타격할 수 있는 ‘고성능 레이저’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17일 김종국 한국국방연구원 획득사업분석단 연구단장이 작성한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무장 무인기, 소형 로켓, 포탄 등을 요격하려면 100㎾급 이상의 고출력 레이저가 필요합니다. 또 공격헬기,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려면 출력을 300㎾급으로 높여야 합니다. 레이저를 계측장비 정도로 사용했던 과거에는 이것은 단지 ‘꿈’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미 육군은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성과물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미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부(SMDC)가 개발 중인 ‘이동식 고에너지 전술레이저’(MTHEL)입니다. 기동성이 뛰어난 18t 무게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보잉사가 무인기 요격용으로 개발한 5㎾ 레이저포를 장착했는데, 차체 왼쪽에 특이한 마크가 있었습니다.

●5㎾ 레이저로 무인기 64대 격추…50㎾급 개발

4개의 로터(프로펠러와 회전축)를 갖춘 쿼드콥터 52기, 단발 고정익 무인기 12기를 격추했다는 표시였습니다. 미 육군은 실제 소형 무인기 격추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MTHEL로 요격한 무인기. 레이저를 무인기 취약부위인 후미익에 조사하고 화재를 일으켜 추락시키는 모습이다. 유튜브 영상캡쳐
MTHEL로 요격한 무인기. 레이저를 무인기 취약부위인 후미익에 조사하고 화재를 일으켜 추락시키는 모습이다. 유튜브 영상캡쳐
무인기 취약부위인 뒤쪽 날개를 불태워 요격하는 방식이었는데, 실제 실험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무인기에 화재를 일으켰습니다. 연구팀은 레이저 출력을 10㎾, 18㎾ 등으로 단계적으로 높인 뒤 2021년까지 50㎾급 레이저를 확보한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습니다. 이 정도 출력이라면 적의 대전차 미사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미 육군과 보잉사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또 다른 무기는 광섬유 레이저를 이용한 ‘트럭 이동형 고에너지 레이저’(HELMTT)입니다. MTHEL보다 앞선 2005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1년 미 육군에 인도됐다고 합니다. 레이저 냉각탱크, 레이저 발생장치 등 각종 장비를 갖춰야 하다보니 무게가 50t에 육박해 오쉬코쉬사의 ‘8륜 중기동 트럭’을 차체로 삼았습니다. 화기는 10㎾의 미국 IPG사 레이저를 장착했습니다.

2013년 11월에는 뉴멕시코주 화이트샌드 사격장에서 시험발사를 했습니다. 박격포탄 90여발과 여러대의 무인기를 격추했는데 격추거리는 1.8~2.7㎞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 육군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보잉사는 현재 개발 중인 50㎾급 레이저를 이 시스템에 적용한다는 목표입니다.
‘트럭 이동형 고에너지 레이저’(HELMTT). MTHEL보다 앞선 2005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1년 미 육군에 인도됐다. 오쉬코쉬사의 ‘8륜 중기동 트럭’을 차체로 하고 화기는 10㎾의 미국 IPG사 레이저를 장착했다. 유튜브 영상캡쳐
‘트럭 이동형 고에너지 레이저’(HELMTT). MTHEL보다 앞선 2005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1년 미 육군에 인도됐다. 오쉬코쉬사의 ‘8륜 중기동 트럭’을 차체로 하고 화기는 10㎾의 미국 IPG사 레이저를 장착했다. 유튜브 영상캡쳐
다른 미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도 레이저 개발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록히드마틴은 10㎾급 ‘아담’, 30㎾급 ‘아테나’에 이어 2017년 3월 60㎾급 광섬유 레이저 개발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아테나는 2015년 1.6㎞ 거리에서 자동차 엔진을 파괴하는 성능을 입증했습니다. 2017년에는 무인기 격추에 성공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60㎾급은 에너지 효율을 높여 축전지와 냉각장치를 소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미 해병대도 무인기 격추용으로 30㎾급 차량탑재형 ‘지상기반 대공방어(GBAD)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독일 고정형 레이저, 소형 무인기 3대 연달아 격추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둔 50㎾급 레이저 무기는 독일 군수업체 라인메탈의 ‘헬’입니다. 헬은 고정형이긴 하지만 2013년 소형 무인기 3대를 연달아 격추하는 묘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회사는 현재 240㎜ 로켓탄과 무인기 편대를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30㎾급 레이저 아테나(아래). 회사는 2017년 무인기 후미에 레이저를 조사해 추락시키는 영상(위)을 공개했다. 록히드마틴 제공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30㎾급 레이저 아테나(아래). 회사는 2017년 무인기 후미에 레이저를 조사해 추락시키는 영상(위)을 공개했다. 록히드마틴 제공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형화’입니다. 미국 등 군사강국들은 과거 탄도미사일 레이저, 우주배치 레이저 등 규모가 큰 고출력 레이저에 치중했지만 최근에는 무인기, 로켓탄 등 테러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좀 더 규모가 작은 레이저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레이저 발진기, 냉각장치, 광전송장치, 망원경 등 부피가 큰 장비가 많아 지속적인 경량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레이저 발진기 효율을 높이는 과제가 핵심입니다.

김 단장은 “레이저 발진기 효율은 공급 전원 대비 레이저로 전환된 비율을 의미하는데 현재까지 록히드마틴사 레이저의 43%가 최고수준”이라며 “최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고효율 희토류 레이저, 알카리 레이저 등 새로운 고효율 레이저가 개발되면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고온에서도 동작하는 광학구성품을 개발하면 냉각부담이 줄어들어 냉각장치 소형화가 가능해진다”며 “광전송 및 집적장치, 망원경은 구조를 바꿔 체적을 최대한 분산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미 육군의 고정형 고에너지 레이저. 레이저 출력을 높이면 레이저 발진기, 냉각장치 등의 장비 부피가 늘어난다. 이런 기기의 부피를 줄이는 것이 당면한 핵심 과제다. 미 육군 제공
미 육군의 고정형 고에너지 레이저. 레이저 출력을 높이면 레이저 발진기, 냉각장치 등의 장비 부피가 늘어난다. 이런 기기의 부피를 줄이는 것이 당면한 핵심 과제다. 미 육군 제공
우리 정부도 최근 레이저 무기 개발을 선언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9월 “올해부터 88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레이저 대공 무기 체계 개발 사업을 완료한 뒤 전력화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별도의 탄약 없이 전력만 공급하면 되고 소음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1회 발사 비용이 2000원에 불과한 것이 장점입니다.

●1발 2000원에 불과…장비 소형화가 관건

개발만 완료하면 1발이 수억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인 요격미사일보다 비용효율성이 훨씬 높다는 겁니다. 시제품 개발은 한화가 맡기로 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10여년간 연구를 통해 수백m 떨어진 정지 상태의 소형미사일 표면에 구멍을 낼 수 있는 레이저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1㎞ 이상 떨어진 무인기를 떨어뜨리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인데, 기술이 고도화되면 전투기도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한국형 스타워즈’ 사업으로 불립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금물입니다. 너무 큰 기대는 바로 실망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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