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예비군 훈련 부정적 인식 극복
대학생 동원훈련 부활과 관련한 논쟁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학생도 형평성 차원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가뜩이나 취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데 동원훈련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서바이벌 전투 훈련을 받는 예비군.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열악한 처우 문제와 더불어 해마다 예비군 훈련과 관련한 논쟁의 중심에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대학생 예비군 동원훈련 부활’인데요. 정부와 군은 1971년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대학생을 동원훈련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현행법상 예비군은 4년차까지 매년 지정된 부대에서 2박 3일간 동원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반면 대학생 예비군은 학교 등에서 하루 8시간의 교육으로 동원훈련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또 판·검사와 국회의원은 동원훈련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이 1970년대 30%에서 현재 80% 이상으로 높아진 만큼 대학생 예비군 동원훈련 면제가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려 44년간 동원훈련 대상에서 제외된 대학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국방부와 육군본부 주최로 열린 ‘2015 예비전력 발전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해마다 46만명 훈련 제외…형평성 논란
안보전문가인 길병옥 충남대 교수는 ‘국방개혁과 연계한 예비전력 정예화 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대학생을 동원훈련 대상자로 지정할 경우 정예 동원자원 46만명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길 교수에 따르면 올해 증·창설부대의 80%가 동원지정에서 제외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는 “잠재적 갈등요소로 사회적 이슈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구체적인 대안으로 대학생을 동원훈련 대상으로 지정한 뒤 방학기간에 동원훈련을 부과하고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재학기간 동원훈련을 보류하면 졸업 후 훈련을 받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계호 단국대 교수도 ‘예비군 복무제도 개선방안’ 주제발표에서 비슷한 지적을 했는데요. 박 교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예비군 290만명 가운데 보류자가 25%, 71만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1~4년차 동원훈련 대상자 137만명 가운데 대학생 46만명(34%)이 동원훈련에서 제외돼 예비 전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에 예비군 복무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안보전문가들이 대학생 동원훈련 부활을 주장하는 이유는 앞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될 예비군 인적 자원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예비군 규모는 현재 290만명에서 10년 뒤 145만명으로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국군의 날 퍼레이드를 펼치는 예비군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취업도 안 되는데 동원훈련 부담만” 반발
그러나 동원훈련 부활 주장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대학생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최근의 극심한 취업난과 맞물려 있는데요. 동원훈련으로 3일을 비우면 학사 일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특히 취업준비생의 부담은 더욱 클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대학생 동원훈련 부활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예비역 사이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가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동원훈련에 참여하는 일반 예비군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대학생 예비군도 동원훈련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였습니다. 곧바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국방부는 ”검토한 적 없다“고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다만, 여론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은 유지했는데요. 정부와 군이 당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강제적으로 대학생을 예비군 동원훈련에 포함시킨다고 해도 예비군 정예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요. 대학생이냐, 아니냐를 떠나 예비군 훈련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라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예비군 동원훈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려면 처우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강제로 동원훈련에 편입시킨다고 모든 예비군이 정예화될까요. 훈련장에서 각개전투를 벌이는 예비군.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최소한의 처우 개선도 못해 논쟁만 반복
국방부는 처우개선을 해주고 싶어도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방부도 예비군 훈련 참여를 유도할 최소한의 처우 개선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여러모로 명분이 서질 않는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예비역들은 ”쥐꼬리 만한 보상금 안 받을테니 차라리 예비군에서 빼달라“는 극한 비난까지 하고 있습니다.
올해 국방 예산 37조 4560억원 가운데 예비전력비는 4408억원으로 1.17%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예비군 훈련보상금을 현실화하고 충분한 훈련장비를 확보하려면 전체 국방 예산의 최소 3%를 예비전력비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비 개선과 예비군 처우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1%대인 예비전력비를 최소 3%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비군 동원훈련 하루 보상금을 ‘보통인부 노임단가’ 평균인 8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서바이벌 훈련에서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예비군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길 교수는 2박 3일인 동원훈련 대상자에게 ‘보통인부 노임단가’인 하루 8만원을 지급하는 대신 훈련시간이 8시간 이내인 향방예비군은 실 소요경비 수준인 1만~3만원을 지급하는 등 보상금을 차등지급하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런 방안을 실행할 여력조차 없습니다. 올해 예비군 훈련은 30일로 마무리됐습니다. 대학생 동원훈련 부활 논쟁이 왜 해마다 반복되기만 하는 것인지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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