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12) 웨어러블, 아름답거나 눈에 띄지 않거나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12) 웨어러블, 아름답거나 눈에 띄지 않거나

입력 2015-11-16 10:56
수정 2015-11-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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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성형수술 시장 규모는 약 21조 원이다. 성형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시장은 5조 원 수준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한다. 인구 1000명당 수술 건수는 13.5건으로 그리스, 이탈리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이다. 외모 불평등이 성별이나 인종 불평등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외모의 가치를 중시하는 뷰티즘(beautism)이나 루키즘(lookism)이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학적 마케팅’의 저자 번 슈미트는 “자신이 팔려는 것의 실용성만을 강조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이나 성능만을 자랑하던 시대는 끝났다. 마케팅 용어 중에 데카르트 마케팅(Techart Marketing)이라는 것이 있다. 기술(Tech)과 예술(Art)을 합친 말로 차가운 기술에 예술적 감성을 더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법이다. 발음이 비슷해서 데카르트 마케팅이라고 하지만 철학자 데카르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2005년 4월 삼성은 디자인의 혁신을 통해 일류를 넘어서기 위한 ‘밀라노 선언’을 하게 된다. 이후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들과 함께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 제품을 출시하며 IT 제품의 디자인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조르지 아르마니 폰, 뱅앤올룹슨과 협력한 세린과 세레나타 폰, 이탈리아 거장 마시모주키가 디자인한 냉장고, 최근에는 몽블랑과 함께 갤럭시 노트의 스타일러스 펜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2006년 LG 전자는 아트디오스 냉장고로 가전시장에 아트 열풍을 일으켰고, 그 뒤 프라다폰, 갤러리 OLED TV 등 지속적으로 기술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하였다.

아르마니 폰(출처: 삼성전자,왼쪽),프라다 폰(출처: LG전자)
아르마니 폰(출처: 삼성전자,왼쪽),프라다 폰(출처: LG전자) 아르마니 폰(출처: 삼성전자,왼쪽),프라다 폰(출처: LG전자)

스마트폰은 옷이나 가방 속에 넣고 다니지만 웨어러블은 시계, 팔찌, 반지, 목걸이와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물건이다. IT 제품이라기 보다 그 사람의 개성이나 취향을 나타내는 패션 아이템에 가깝다. 스마트 기기 업체 미스핏(Misfit)의 CEO 소니 부는 “성공적인 웨어러블 제품을 만들려면 아주 아름답거나 눈에 띄지 않아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전화와 메시지 수신을 알려주거나 운동량을 분석하는 것으로 기능적인 차별이 어렵다. IT 기업들은 웨어러블을 패션 제품으로 포지셔닝 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공을 들였다. 애플은 누구보다 디자인에 정성을 쏟는 회사다. 작년 5월 버버리의 CEO를 지냈던 앤젤라 아렌츠를 영입해서 애플의 사장인 팀 쿡보다 7배나 많은 800억의 보수를 주었다. 뒤이어 버버리의 마케팅 임원 무사 타리크와 디자인을 맡은 체스터 치퍼필드까지 줄줄이 스카우트하였다. 2013년에는 이브 생 로랑의 브랜드명을 ‘생 로랑 파리’로 바꾸어 입방아에 올랐던 CEO 폴 드내브와 스위스의 명품 시계 태그호이어의 부사장 파트리크 프루니오도 영입하였다. 애플은 스마트 기기의 마지막 승부처가 디자인이고 패션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2015년 9월 독일에서 열린 삼성 기어S2의 쇼케이스 현장에 디자인계의 전설로 불리는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가 모습을 보였다. 최고 디자인상인 황금컴퍼스 상을 3번이나 수상하였고 카르티에, 에르메스, 스와로브스키 등과 협업 한 그가 기어 S2 디자인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는 “기어S2도 그림을 그리듯 디자인했다”고 한다. 웨어러블이 스마트만 해서는 ‘머리만 좋은’ 사람처럼 그다지 쓸모가 없다. IT 기업부터 패션 업계까지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감성이 어우러진 패셔놀러지(Fashionology: Fashion+Technology)에 사활을 건다. 웨어러블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IT와 패션의 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웨어러블 제품 중에서 아름다운 팔찌와 반지를 골라봤다.

MICA(출처: 인텔)
MICA(출처: 인텔) MICA(출처: 인텔)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인 인텔이 스마트 팔찌 MICA를 선보였다. 유명 패션 업체인 ‘오프닝 세리모니’와 함께 여성용 패션 액세서리를 타겟으로 디자인하였다. 사파이어 재질의 곡면 터치 화면과 물뱀 가죽으로 만든 밴드에 금도금, 진주, 마다가스카 원석, 러시아 흑요석으로 멋을 냈다. SIM카드가 내장되어 있어 스마트폰 없이도 문자메시지, 알림, 지역 검색 등을 할 수 있다. 기술과 디자인이 결합된 MICA는 ‘나의 똑똑한 커뮤니케이션 액세서리(My Intelligent Communication Accessory)’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전위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크로맷(Chromat)과 같이 ’뉴욕 패션워크 2016 콜렉션’에서 웨어러블 의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텔도 사물인터넷 시대의 디자인 파워를 실감하는 듯하다.

Swarovski Shine(출처: Misfit)
Swarovski Shine(출처: Misfit) Swarovski Shine(출처: Misfit)
스티브 잡스을 해고했던 애플의 전 CEO 존 스컬리는 2011년 벤처 사업가인 소니 부와 함께 미스핏(Misfit)을 설립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웨어러블 기기’를 기치로 내걸고 피트니스 트래커 미스핏 샤인(Shine)을 출시하며 웨어러블의 작은 거인으로 성장했다. 2년 뒤 세계 3대 디자인 상 중 하나인 ‘레드 닷(Reddot) 디자인 어워드’와 ‘A 디자인 어워드’를 휩쓸었다. 2015년 CES에서는 주얼리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와 손잡고 스와로브스키 샤인(Swarovski Shine) 컬렉션을 발표하였다. 웨어러블 디자이너로 유명한 슈지 파크치안은 “이들의 콜레보레이션으로 테크놀러지가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구체화하였다”고 평했다. 크리스털 몸체에 샤인을 넣고 보석으로 치장한 펜던트로 손목을 감싸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기능은 일반 스마트밴드와 비슷하지만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에너지 크리스털을 적용하여 따로 충전할 필요가 없다.

Tory Burch for Fitbit (출처: Fitbit)
Tory Burch for Fitbit (출처: Fitbit) Tory Burch for Fitbit (출처: Fitbit)
핏빗(Fitbit)은 활동량, 심박수, 수면패턴 등을 알려주는 스마트밴드의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기존의 팔찌 형태인 핏빗포스(Fitbit Force)와 핏빗플랙스(Fitbit Flex)는 고무재질의 밴드로 흔히 볼 수 있는 밋밋한 모양이었다. 올해 기업공개로 수천억 대의 수퍼리치 대열에 오른 한국계 CEO 제임스 박은 미국의 셀러브리티 디자이너인 토리버치와 함께 ‘Tory Burch for Fitbit’을 내놓았다. 핏빗의 본체인 피트니스 트래커를 로즈골드, 샤이니골드, 실버의 우아한 팔찌와 팬던트로 치장하며 여심 공략에 나섰다. 웨어러블 기기라기 보다 패션 액세서리에 가까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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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트모 준(출처: Netatmo)
네타트모 준(출처: Netatmo) 네타트모 준(출처: Netatmo)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는 네타트모(Netatmo)의 준(June)도 아름다운 웨어러블 기기로 꼽힌다. 주얼리 디자이너 카미유 투페(Camille Toupet)가 디자인한 자외선 모니터링 팔찌이다. 골드, 플래티넘, 건 메탈 3가지 색상의 보석 모양 외관에 자외선 센서(UV Sensor)가 내장되어 있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자외선 지수를 알려주고 사용자의 피부타입에 적합한 자외선 차단 방법도 알려준다. 분리하면 예쁜 브로치로 착용할 수도 있다. 최초의 ‘beauty wearable’이란 카피를 내세우며 지난 4월 영국의 SpaceNK에서 180달러에 판매를 시작했다.

Ringly(출처: Ringly)
Ringly(출처: Ringly) Ringly(출처: Ringly)
다음은 예쁘고 똑똑한 반지다. 이제 반지만 있으면 휴대폰을 가방이나 옷에 넣어두었다가 중요한 전화를 못 받는 일은 없을 것 같다. 2014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에 애플워치, 셀카봉과 함께 예쁜 반지가 하나 선정되었다. 그 주인공은 스마트 반지 ‘링리(Ringly)’였다. 반지의 LED 불빛과 진동으로 전화와 문자는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알림 기능을 제공한다. 5가지 색깔과 4가지 진동 패턴을 조합하면 어디에서 온 연락인지 폰을 꺼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오닉스, 사파이어, 레인보우 월장석, 에메랄드의 4가지 보석으로 만든 스마트링(smart ring)이다. ‘보석, 기술을 만나다(Jewelry, Meet Technology)’라고 자랑 할 만하다.
 

Altruis Cleopatra(출처 www.wearable.com)
Altruis Cleopatra(출처 www.wearable.com) Altruis Cleopatra(출처 www.wearable.com)
런던의 패션 브랜드 코버트 디자인스가 내놓은 알트루이스 클레오파트(Altruis Cleopatra)라 시리즈는 똑똑한 보석(smart jewelry)으로 불린다. 지르코니아 세라믹을 멋지게 컷팅한 반지알은 골드, 로즈골드, 플래티넘 블랙의 다양한 링에 세팅된다. 그날의 스타일에 따라 반지, 팔찌, 펜던트로 변화를 주며 착용할 수도 있다. 전화나 문자가 오면 반지알 속에 숨어 있는 진동 모듈이 부드럽게 떨리며 알려준다. 가격은 구성에 따라 345달러에서 430달러까지 다양하다.
 

Omate Ungaro Ring(출처 Tech Holic)
Omate Ungaro Ring(출처 Tech Holic) Omate Ungaro Ring(출처 Tech Holic)
 
프랑스 패션 명가 엠마누엘 웅가로(Emanuel Ungaro)와 스마트 기기 제작사 오메이트(Omate)가 선보인 반지도 인상적이다. 웅가로의 디바(Diva) 향수병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 한 웅가로 링(Ungaro Ring)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럭셔리 스마트링이다. 단 한 곳의 연락처만 선택할 수 있고 그 전화와 문자가 올 때만 알려준다. 토파즈, 오팔, 사파이어, 오닉스, 루비로 세팅된 반지의 가격은 500달러부터 시작해서 2000달러까지 있다. 머지않아 혼수품도 모두 스마트해질 것 같다.
 지금까지 기술과 패션의 아름다운 만남을 몇 장면 보았다. 생전에 애플의 CEO 스티브잡스는 “디자인은 단순한 겉포장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중심에 있는 혼”이라고 했다. 그렇다, 웨어러블 전쟁의 끝은 디자인이다.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약력>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임원(전) ▪ 삼성중국연구소 소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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