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이전에 초고대 문명이 있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지도는 그렇게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지내왔다. 20세기 이후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지도를 손바닥 안의 휴대전화 속에 집어넣었다. 지구를 빙빙 돌리면서 어디든지 볼 수 있고, 가보지 않아도 막히는 길을 아는 천리안이 생긴 것이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영국의 작가 아서 클라크의 법칙이 증명된 셈이다. 사물인터넷 시대에 지도는 또 어떤 변신을 할지 들어가 보자.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다음 세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아무 때나 보고 싶은 영화를 보여주는 주문형비디오(VOD, Video on Demand)처럼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on-demand)’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듯이 스마트 기기를 누르면 가사, 운전, 의료 등 원하는 서비스가 쏟아지는 세상을 말한다.
두 번째는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내는 자동차나 사용하지 않는 빈방처럼 낭비되는 자원을 활용한다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다. 요즘 대박이 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스타트업이 이를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사물인터넷은 공유사회의 소울메이트”라고 했다. IT 기술과 연관이 깊다는 의미겠다. 세 번째는 배달앱, 부동산앱, 모바일 쿠폰 서비스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O2O(online to offline)’다. 이제는 스마트기기를 들고 고객이 서 있는 곳이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되었다.
그렇다, 답은 ‘위치(Location)’다.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공간 정보가 이런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시내버스 도착안내 서비스도 버스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하고, 할인 쿠폰도 고객이 매장 앞에 올 때 쏘아주어야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이 사용자의 시간 뺏기 경쟁이었다면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공간을 선점해야 한다. 검색 서비스, SNS에 이어 IT 기업들의 격전지가 공간 정보를 제공하는 위치기반 서비스(LBS, Location-based Service)로 옮겨가고 있다. 이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인수전도 치열하다.
On-Demand Economy(출처 Economist)
On-Demand Economy(출처 Economist)
지도의 제왕은 역시 구글이다. 10년 전 웨어2테크놀러지를 인수하면서 구글 맵스(Maps)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위성지도 구글 어스(Earth), 길거리는 물론 바다 속까지 보여주는 스트리트 뷰(Street View), 별자리 앱 스카이 맵(Sky Map), 실내 지도인 구글 인도어(Indoor)까지 지도 기술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2013년에는 페이스북, 애플과의 경쟁 속에서 이스라엘판 김기사로 불리는 웨이즈(Waze)까지 13억 달러에 사들였다. 구글의 핵심 사업이 검색이 아니라 위치기반 서비스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Google Waze(출처 Google)
Google Waze(출처 Google)
중국판 우버, 디디콰이디(출처 cnews365)
중국판 우버, 디디콰이디(출처 cnews365)
이와 같은 위치 기반 서비스의 전개 방향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하나는 실외에서 실내로 공간의 확대이고 또 하나는 가상 세계와 현실 공간의 연결이다. 안과 밖, 가상과 현실을 뛰어넘어 어디서나 끊김 없이 매끄러운(seamless)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물인터넷 시대의 지도 서비스이다. 지금까지는 GPS(위성항법장치)를 사용하여 자동차 내비게이션, 항공기나 선박의 운항, 군사 분야와 같이 주로 실외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점차 실내 공간이 대형화되고 지하 공간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2013년 애플이 실내에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아이비콘(iBeacon)을 선보인 이후 비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비콘은 ‘신호를 보내는 장치’라는 뜻인데 등대, 봉화, 구급차의 경광등도 모두 비콘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지구 자기장 등을 이용해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칭한다. 지난 7월에는 구글도 에디스톤(Eddystone)이라는 비콘을 발표하여 애플에 도전장을 던졌다. 비콘은 동전만 한 크기로 대략 반경 50m까지 신호를 전송하고 그 범위 내에 있는 스마트폰이 정보를 수신하는 통신 방식이다. 쇼핑몰에서 상점을 지날 때 할인쿠폰이나 이벤트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하고 박물관에서 전시물 앞에 서면 관련 정보를 휴대전화로 보여준다. 애완동물이나 가방에 비콘을 붙여두면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복잡한 쇼핑몰이나 지하 공간에서 길을 알려주는 실내 내비게이션(indoor navigation)역할도 한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이런 실내 위치정보 시장 규모가 2016년 4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ddystone beacon(출처 Google)
eddystone beacon(출처 Google)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약력▪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임원(전) ▪ 중국삼성연구소 소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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