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on, the everything store(출처: 21세기북스/HACHETTE BOOK)
Amazon, the everything store(출처: 21세기북스/HACHETTE BOOK)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는 곳은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다(Everything Store)’는 아마존이다. 쇼핑에 IT를 결합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스마트 커머스(Smart Commerce)의 선두 주자다. 직원들에게 적자생존의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기업문화가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것이 진정한 아마존의 경쟁력은 아니다. 아마존은 1994년 설립 이후 해마다 적자를 내면서도 지속적으로 플랫폼 구축에 투자를 해왔다.
마침내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4만6000여 대의 서버를 보유한 플랫폼으로 성장하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하여 전 세계 10만 개가 넘는 기업을 고객으로 둔 클라우드 서비스의 최고 기업이 되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가 모이는 거대한 디지털 창고이다. 아마존은 이런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낸다. 고객의 구매 패턴을 예측해서 주문을 하기도 전에 상품을 집 근처 물류센터에서 배송을 준비시킨다. 이미 사물인터넷 정복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확보한 셈이다.
아마존 대시 버튼(출처: engadget)
아마존 대시 버튼(출처: engadget)
구글 알파벳 (출처 Youtube)
구글 알파벳 (출처 Youtube)
첫 번째 타깃은 스마트홈이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정리한다”는 구글도 가정에서 생성되는 물리적 정보는 갖지 못했다. 2014년 가정용 온도조절기를 만드는 매출 3000억원의 네스트(Nest)를 3조6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집안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필립스, LG전자, 월풀 등 30여 기업의 사물인터넷 제품이 네스트를 중심으로 묶이고 있다. 집안의 공기가 탁해지면 전구가 깜박거리며 알려주고, 사람이 없을 때는 알아서 실내온도를 낮추어 준다. 스마트홈이 만들어 내는 현실 공간의 데이터로 구글의 영역은 더 넓어진다.
구글 네스트 (출처: Nest)
구글 네스트 (출처: Nest)
두 번째 대상은 자동차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이미 300만㎞의 시험주행을 마치고 실리콘밸리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하면 운전자는 무엇을 할까? 구글이 바라는 대로 핸들을 놓고 스마트폰과 대시보드의 스크린에서 구글의 서비스를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동차 안까지 구글이 점령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공간은 하늘이다. 지금도 전 세계 인구의 57%인 42억 명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다. 구글의 ‘룬(Loon)’은 네트워크의 보급률이 낮은 국가나 오지에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다. 헬륨을 채운 풍선이 햇빛과 바람을 이용하여 100일 이상 떠다니며 무선 기지국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 개의 풍선으로 서울시 면적의 2배인 반경 20㎞ 커버한다. 이런 풍선 수천 개를 하늘에 띄워 LTE 신호를 땅 위로 쏘아준다.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장악하며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구글도 패권을 차지하기에 손색이 없다.
애플은 전 세계 IT 강자들이 빠짐없이 모이는 국제 전시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서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표준화에도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전문 조사기관들은 사물인터넷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1위로 애플을 꼽았다. 미국의 포천(Fortune)지에 따르면 소비자들도 아마존과 구글보다 애플을 사물인터넷에 더 적합한 기업으로 생각한다. 애플이 4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아마존과 구글은 각각 15%와 13%의 표를 얻는데 그쳤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애플 헬스킷, 홈킷(출처 apple)
애플 헬스킷, 홈킷(출처 apple)
먼저 홈킷(HomeKit)은 인공지능 비서 ‘시리’나 아이폰의 앱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플랫폼이다. 루트론의 조명 조절기 ‘카세타’, 집안 공기를 측정하는 엘가토의 ‘이브’, 스마트 온도조절기 ‘에코비3’ 등 홈킷을 탑재한 제품을 출시하며 지원 세력을 모으는 중이다. 구글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브릴로와 일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음은 개인건강관리 플랫폼인 헬스킷(HealthKit)이다. 단순히 만보계나 심박수를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 제조사, 앱 개발자, 사용자, 병원이 모두 참여하는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한다. 지금의 웨어러블 기기는 의료장비가 아니다. 그래서 스마트 밴드로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여도 의료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반쪽 헬스케어 기기다. 애플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아이팟과 아이폰의 생태계가 재연될 수도 있다. 애플은 애플다운 전략으로 사물인터넷 시대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
지면 관계상 더 많은 후보를 소개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은 다른 곳에서 잉태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500대 기업 중 40%가 10년 내 사라질 것이라고 한 시스코(Cisco)의 체임버스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상대를 물리친다.” 다음에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작고 빠른 스타트업(신생 벤처)의 세계로 가보자.
김지연 삼성전자 자문역 jyk9088@gmail.com
약력:▪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연구임원(전) ▪ 중국삼성연구소 소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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