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감성로봇 페퍼(출처: Softbank)
소프트뱅크 감성로봇 페퍼(출처: Softbank)
사물인터넷은 우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기기들을 연결하는 자체만도 큰 시장이고 꼭 필요한 인프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센서를 인터넷에 연결하고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백악관에서 IoT 부문 대통령 혁신연구위원을 지낸 이석우 부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물인터넷에서 기기들을 묶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와 시계를 연결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가치가 크지 않습니다. 연결해서 어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주목해야 합니다...IoT 비즈니스는 맨 아래 하드웨어부터 네트워킹, 데이터 분석, 서비스 네 개의 계층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밑에서 위로 갈수록 부가가치가 훨씬 커집니다.” 아직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스마트폰을 더 팔기 위한 수단 정도로 여겨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소프트웨어/서비스 매출 비중(출처: BI Intelligence)
소프트웨어/서비스 매출 비중(출처: BI Intelligence)
시장규모의 예측은 조사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향후 서비스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은 의견이 일치한다. 2020년경 사물인터넷 분야의 매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BI 인텔리전스는 92%, IRS Global은 60%로 전망한다. 가트너는 사물인터넷으로 발생하는 수익 증가(incremental revenue)가 32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였다. 그중 서비스가 전체 수익의 85%를 차지하고 단말기는 9.5%, 네트워크는 5%대의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결국은 사물인터넷의 수익이 100% 서비스 분야에서 창출되는 순간이 온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클라우드 서비스(출처: Saizen)
클라우드 서비스(출처: Saizen)
다음으로, 네트워크는 작고 느리고 가벼운 연결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지금의 통신망은 멀티미디어와 같은 대용량 콘텐츠를 빠르게 전송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은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보내고 기기를 식별하는 정도의 소규모 네트워크가 적합하다. 제2의 퀄컴으로 평가받는 시그폭스(Sigfox)사의 소물인터넷(Internet of Small Things) 서비스 요금은 일 년에 기기당 1~12달러이다. 종업원 80명 정도의 이 벤처기업에 삼성전자, SK텔레콤, 일본 NTT도코모, 스페인 테레포니카와 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투자하는 이유이다.
IoT as Service(출처: digital brand lounge)
IoT as Service(출처: digital brand lounge)
끝으로 사물들이 생성하는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라고 할 만큼 중요한 콘텐츠다. 지난 12일 미국의 컴퓨터 회사 델(Dell)이 데이터 스토리지분야 1위 업체인 EMC를 670억 달러(76조7000억원)에 인수 한다고 발표하였다. IT 업계 사상 최고의 인수 금액이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대비하는 시점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결국, 이런 정보를 분석하여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는 새로운 기능(Function), 뛰어난 성능(Performance),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Design), 착한 가격(Price)의 하드웨어가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 세상에서 서비스와 연계되지 않은 하드웨어는 가치가 없다. 냉장고는 공짜로 주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다음 회에서는 누가 사물인터넷의 승자가 될지 가능성을 점쳐보자.
김지연 삼성전자 자문역 jyk9088@gmail.com
약력:▪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연구임원(전) ▪ 중국삼성연구소 소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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