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5> 냉장고를 공짜로 팝니다.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5> 냉장고를 공짜로 팝니다.

입력 2015-10-23 10:51
수정 2015-10-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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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뱅크가 만든 감성로봇 페퍼(Pepper)는 19만 8000엔이다. 제조원가도 안 되는 가격이다. 집에서 버튼만 누르면 생수나 세제 등 500여 가지의 생필품을 배송해주는 아마존의 대시 버튼(Dash Button)은 5달러다. 어떻게 이런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팔 수 있을까? 짐작한 대로 그들은 제품을 판매할 때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사용할 때 돈을 번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의 짐 툴리 부사장은 “하드웨어 업체들이 IoT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냉장고를 공짜로 팔아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의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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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감성로봇 페퍼(출처: Softbank)
소프트뱅크 감성로봇 페퍼(출처: Softbank) 소프트뱅크 감성로봇 페퍼(출처: Softbank)

 사물인터넷은 우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기기들을 연결하는 자체만도 큰 시장이고 꼭 필요한 인프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센서를 인터넷에 연결하고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백악관에서 IoT 부문 대통령 혁신연구위원을 지낸 이석우 부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물인터넷에서 기기들을 묶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와 시계를 연결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가치가 크지 않습니다. 연결해서 어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주목해야 합니다...IoT 비즈니스는 맨 아래 하드웨어부터 네트워킹, 데이터 분석, 서비스 네 개의 계층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밑에서 위로 갈수록 부가가치가 훨씬 커집니다.” 아직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스마트폰을 더 팔기 위한 수단 정도로 여겨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소프트웨어/서비스 매출 비중(출처: BI Intelligence)
소프트웨어/서비스 매출 비중(출처: BI Intelligence) 소프트웨어/서비스 매출 비중(출처: BI Intelligence)
 시장의 상황은 어떨까. IT 전문 조사업체 IDC는 사물인터넷 시장이 매년 17%씩 성장해서 2020년에는 1조 7000억 달러(199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가 3466억 달러이니, 5년 후에는 지금 반도체의 5배 크기에 이르는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는 것이다. 여기에 연결되는 기기의 숫자만 해도 300억~500억 개로 한 사람당 대략 5~6개 정도의 기기가 연결되는 셈이다. 10년 후인 2025년에는 지금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2배가 넘는 최소 3조 9000억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사물인터넷을 지목하는 이유다.
 시장규모의 예측은 조사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향후 서비스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은 의견이 일치한다. 2020년경 사물인터넷 분야의 매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BI 인텔리전스는 92%, IRS Global은 60%로 전망한다. 가트너는 사물인터넷으로 발생하는 수익 증가(incremental revenue)가 32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였다. 그중 서비스가 전체 수익의 85%를 차지하고 단말기는 9.5%, 네트워크는 5%대의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결국은 사물인터넷의 수익이 100% 서비스 분야에서 창출되는 순간이 온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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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서비스(출처: Saizen)
클라우드 서비스(출처: Saizen) 클라우드 서비스(출처: Saizen)
 이와 같은 시장의 변화에 따라 사물인터넷 비즈니스는 기존의 IT와 또 다른 경쟁력이 요구된다. 먼저 디바이스는 스마트한 것보다 최소한의 기능만 하는 깡통(dummy) 단말기가 더 중요해 질 것이다. 한동안 휴대전화나 PC와 같은 디바이스가 점점 똑똑해질 것인지 단순해 질 것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스마트폰 하나로 다양한 기능을 하는 똑똑한 쪽의 승리이다. 반대쪽 논리는 이렇다. 인터넷에 연결된 클라우드에서 정보를 처리해서 디바이스로 보내 준다면 굳이 값비싼 단말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무실 책상 위에는 모니터만 놓여 있고 사내 서버를 개인 컴퓨터처럼 연결해서 사용하는 곳도 많다. 물론 양쪽이 공존하겠지만,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가스나 수도 사용량을 알려주는 정도의 단순한 기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이 하나의 기기로 여러 가지 서비스를 했다면, 사물인터넷은 하나의 서비스를 위해 수많은 작은 단말기 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네트워크는 작고 느리고 가벼운 연결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지금의 통신망은 멀티미디어와 같은 대용량 콘텐츠를 빠르게 전송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은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보내고 기기를 식별하는 정도의 소규모 네트워크가 적합하다. 제2의 퀄컴으로 평가받는 시그폭스(Sigfox)사의 소물인터넷(Internet of Small Things) 서비스 요금은 일 년에 기기당 1~12달러이다. 종업원 80명 정도의 이 벤처기업에 삼성전자, SK텔레콤, 일본 NTT도코모, 스페인 테레포니카와 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투자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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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as Service(출처: digital brand lounge)
IoT as Service(출처: digital brand lounge) IoT as Service(출처: digital brand lounge)

 끝으로 사물들이 생성하는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라고 할 만큼 중요한 콘텐츠다. 지난 12일 미국의 컴퓨터 회사 델(Dell)이 데이터 스토리지분야 1위 업체인 EMC를 670억 달러(76조7000억원)에 인수 한다고 발표하였다. IT 업계 사상 최고의 인수 금액이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대비하는 시점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결국, 이런 정보를 분석하여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는 새로운 기능(Function), 뛰어난 성능(Performance),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Design), 착한 가격(Price)의 하드웨어가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 세상에서 서비스와 연계되지 않은 하드웨어는 가치가 없다. 냉장고는 공짜로 주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다음 회에서는 누가 사물인터넷의 승자가 될지 가능성을 점쳐보자.
 김지연 삼성전자 자문역 jyk9088@gmail.com

약력:▪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연구임원(전) ▪ 중국삼성연구소 소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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