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3)사물인터넷 표준, 총성 없는 전쟁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3)사물인터넷 표준, 총성 없는 전쟁

입력 2015-10-15 17:50
수정 2015-10-26 18:4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집집마다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 충전기가 몇 개씩은 서랍 속에 엉켜 있을 것 같다. 단자의 모양도 제각각 이어서 24핀, 20핀, 미니 USB, 마이크로 USB, 아이폰(iPhone)용 등 다 다르다. 왜 휴대전화 충전기 단자 하나 통일하지 못할까. 충전기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때 유행했던 사이버 아파트나, 지능형 주택도 환상만 심어주고 흐지부지 지나갔다. 당시의 기술 수준에 비해 마케팅이 앞서간 면도 있지만 제품 간 호환이 되지 않았던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이미지 확대
▲ 김지연  ▪ 삼성전자 자문역(현)  ▪ R&D경영연구소 자문역(현)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임원(전)  ▪ 중국삼성연구소 소장(전)  ▪ 중국삼성기술원 Lab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 김지연

▪ 삼성전자 자문역(현)
 ▪ R&D경영연구소 자문역(현)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임원(전)
 ▪ 중국삼성연구소 소장(전)
 ▪ 중국삼성기술원 Lab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2002년 신문기사를 한번 보자. “가전제품, 냉난방기구, 현관문, 커튼 등 지금까지 손으로 구동해 왔던 집안 기구들을 인터넷이나 전화로 조정하고 예약 작업도 시킬 수 있다. 홈네트워크가 이뤄지면 집 안과 밖을 연결할 수 있다. (…)홈네트워크에도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별적인 가전기기들 사이에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표준화의 길이 아직 멀기 때문이다. 미래시장의 잠재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업계 간에는 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통일된 규격을 내놓기까지는 1∼2년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스마트홈이 그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13년이 지나도 통일된 규격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의견 일치가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표준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기기들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호환성(Interoperability)을 갖추는 것이다. 이전의 홈네트워크는 다른 회사의 제품을 연결하여 사용할 수 없었다.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도 규격이 맞지 않는 것이 많아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그런데 사물인터넷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올해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사물인터넷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플랫폼의 호환성이 떨어지고 산업 간 협업도 원활하지 못한 것이 커다란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윤부근 사장도 “협력을 통해 표준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사물인터넷의 미래는 없다”며 제품 간 호환을 강조했다. 국제 표준단체와 기업들이 규격을 통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여 쉽게 타결될 것 같지 않다. 표준이 단순히 제품의 규격을 합의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장 선점의 전략적 수단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의 기술이 표준에 포함되면 로열티 수입은 물론이고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확보에도 유리하다. 반면 표준에 채택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시장에서 사라지고 만다.

이미지 확대
표준특허(출처  www.ksga.org)
표준특허(출처 www.ksga.org) 표준특허(출처 www.ksga.org)
휴대전화 속에도 카메라에 사용되는 동영상 표준인 MPEG4, 지상파 DMB, 통신 관련 LTE 등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표준 기술이 들어 있다. 인텔의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경우 판매가의 30%가 기술 특허료로 지급된다고 한다. 400달러짜리 스마트폰을 팔면 120달러가 로열티로 나간다. LTE, CDMA 등 통신 표준특허로 횡포를 부리고 있는 퀄컴의 작년 로열티 수입은 78억6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해 동안 한국에서 거두어간 특허료만 2조 원에 이른다. 표준은 대부분 특허와 연계되어 있어 총성 없는 전쟁터와 다름없다.

사물인터넷 표준은 퀄컴이 주도하는 올신 연합(Allseen Alliance), 인텔을 주축으로 하는 OIC(Open Interconnect Consortium), 구글 진영의 스레드 그룹(Thread Group)의 3개 세력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가장 먼저 설립된 올신 연합은 2013년 퀄컴과 리눅스 재단이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결성하여 지금은 180개가 넘는 기업이 동맹을 맺고 있다. 이곳의 표준인 올조인(AllJoyn)을 탑재한 제품은 운영체제나 단말기기의 종류에 상관없이 서로 연동이 가능하다. 현재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표준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OIC는 2014년 인텔, 삼성전자, 브로드컴 등이 설립한 컨소시엄으로 올신 연합군의 대항 세력으로 떠올랐다. 후발 주자이지만 시스코, HP 등 90여 회원사를 확보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인 IoTivity와 정식 표준안을 공개하면서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미지 확대
휴대폰 충전기(출처 wired.co.uk)
휴대폰 충전기(출처 wired.co.uk) 휴대폰 충전기(출처 wired.co.uk)
세 번째 세력은 구글이 32억 달러에 인수해 화제가 되었던 네스트가 주관하는 스레드(Thread) 그룹이다. 삼성전자, ARM, 프리스케일 등 160여 개의 기업을 우군으로 끌어들였으며 이미 자사의 제품군에 스레드 표준을 적용한 상태다. 새로운 IP 무선통신망을 사용하여 보안의 염려가 덜하고 전력소모가 적어 스마트홈을 기반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지역별 표준 단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원엠투엠(oneM2M)은 사물인터넷 분야의 국제 표준화 기구다. 스마트홈이나 스마트카와 같이 한정된 곳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응용 분야에 무관하게 호환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시스코, IBM등 220여 기업과 각국의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단체다.

이미지 확대
IOT 표준단체
IOT 표준단체 IOT 표준단체
 전체 상황은 다소 복잡하다. 삼성전자나 시스코와 같이 3곳 이상의 표준에 참여하는 기업도 있고 애플과 같이 어떤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는 독불장군도 있다. 최근에는 OIC의 창립 멤버인 브로드컴이 탈퇴하고, 올신 연합의 맹주 퀄컴이 스레드 그룹에 가입했다. 서로 전략과 이해에 따라 합종연횡이 이루어지고 있어 표준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에는 여러 방식이 공존하겠지만 통일된 표준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각 진영은 자신들의 안이 표준이 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사물인터넷의 성공을 위해서는 하나의 안이 나오면 좋겠지만, 만일 단일 안이 되지 않더라도 불편한 대로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정작 상용화의 더 큰 걸림돌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의 보안(Security) 문제이다. 다음에는 두 번째 이슈인 태생적으로 취약한 보안에 대해 짚어보자. 삼성전자 자문역 jyk9088@gmail.com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