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과제와 미래
KT&G가 가장 성공한 민영화 기업으로 불리는 데는 민영화 후 다른 대기업의 경영 기법을 그대로 따와 회사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KT&G의 핵심 사업인 담배사업 관련 법규를 기획재정부가 관할하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또 KT&G의 지분구조를 보면 대주주는 최근 지분 매각을 발표한 기업은행(지분율 7.55%)이다. 이 밖에도 공기업일 때의 직원들이 민영화가 된 현재 임원이 돼 있고 개인이 회사를 소유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사장 교체기에 크고 작은 구설수로 홍역을 치르는 게 KT&G다.
KT&G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주력 사업이 받은 타격을 회복하는 일이다. 담배와 홍삼 판매가 주력 사업인 KT&G는 경기에 관계없이 무난히 실적을 올리는 이른바 경기방어형 기업이지만 건강 문제, 담뱃값 인상이란 논란은 항상 제기되는 문제거리다. 담뱃값 인상 정책에 따라 KT&G는 올해 1월 1일부터 기존 담뱃값에 갑당 2000원씩 인상했다. 담뱃값 인상에 따라 KT&G의 수익도 오를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부의 인상 방침이 발표된 후 금연이 늘면서 판매량이 감소한 상황이다.
또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지만 담뱃값에 흡연의 폐해를 나타내는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담배 제조사들은 담뱃갑의 앞면과 뒷면에 각 면적의 30% 이상을 흡연경고 그림으로 채워야 하며 경고 문구까지 포함해서 면적의 50% 이상을 채워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담배 제조사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고 최악의 경우 제조 허가권이 취소될 수 있다.
법안 통과는 지지부진하지만 건강을 위한 금연정책으로 담뱃값은 올리면서 경고 그림은 왜 못 싣게 하느냐는 여론의 반발에 따라 언젠가는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담배 사업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KT&G로서는 창사 이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필립모리스코리아,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3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KT&G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통과된 이른바 ‘김영란법’도 KT&G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도록 돼 있다. 홍삼은 기업에서 많이 선호하는 고가 상품으로 어느 정도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악재는 KT&G의 지분 7.55%를 보유한 1대 주주인 기업은행의 지분 매각이다. 최근 기업은행은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KT&G의 주식 951만 485주(지분율 7.55%)를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의 KT&G 지분 매각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KT&G에 불확실성이 커져 주가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각종 어려움에 처해 있는 KT&G를 이끄는 민영진 사장은 올해가 연임한 임기의 마지막 해다. 올해 말 새로운 사장 선임을 두고 혼란이 예상된다. 일단 KT&G는 올해는 민 사장이 이뤄낸 경영 실적의 주된 성과였던 해외사업 확장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건강을 해치는 담배와 함께 건강보조식품인 홍삼을 동시에 파는 회사. 아이러니하지만 담배와 홍삼은 KT&G를 굴러가게 하는 양대 사업이다. KT&G에 따르면 특히 올해는 해외 담배판매량이 국내시장을 추월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50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는 KT&G는 세계 담배시장에서 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제이티, 임페리얼토바코 등 빅4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9년 해외 판매수량은 26억 개비, 판매금액 1476만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16배 성장한 343억 개비를 팔았고 판매금액은 43배 뛴 6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에쎄 제품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에쎄는 현재 전 세계 초슬림 담배 소비자 3명 가운데 1명이 애용하는 담배로 자리 잡았다. KT&G의 해외담배 판매량 가운데 에쎄 비중은 절반 정도에 달한다. 에쎄는 1996년 첫 발매 이후 지난해까지 해외 누적 판매량이 1603억 개비에 달하며 이를 길이로 환산하면 지구 약 400바퀴를 도는 것과 같다는 것이 KT&G 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KT&G는 해외시장에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시킨 에쎄의 1위 굳히기는 물론 보헴 브랜드를 제2의 에쎄로 자리 잡게 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KT&G의 자회사 KGC인삼공사의 해외 진출 무기는 홍삼이다. 인삼공사 전체 매출의 12%, 960여억원은 해외 수출 비중으로 특히 한류 열풍에 따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인삼공사의 홍삼제품은 전 세계 4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고 해마다 한국 인삼류 전체 수출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인삼공사는 중국 상하이, 대만 타이베이, 미국 LA, 일본 도쿄 등지에 법인을 설립해 고려삼(한국산 6년근 홍삼)을 홍보하고 있다.
앞으로 홍삼의 중동 진출이 활발할 전망이다. 지난해 뿌리삼과 수출용 홍삼정, 홍삼정 플러스 3종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슬람교도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 처리된 할랄 음식만을 먹을 수 있어 이슬람권에 식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할랄 인증이 필수적이다. 인삼공사는 이슬람권(중동+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803만 달러어치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 매출 목표는 1050만 달러어치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5-03-12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