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고 다듬고 세우고… 한옥, 그 정겨움과 넉넉함을 짓는다
우리 고유의 전통 주거가 사라지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비롯해 서양식 주택이 들어선 지 오래다. 간혹 길을 가다가 한옥을 마주하면 문득 그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상을 놓고 누울 수 있는 널찍한 마당과 시원한 대청마루, 햇살이 은은히 비치는 창호. 그리고 처마 밑 풍경이 아름다운 ‘한옥’.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느끼는 답답함이 한순간에 사라진다.![직접 나무를 깎고 기둥을 세워 한옥을 짓고 있는 교육생들은 대학생부터 공무원, 교수, 한의사, 현직 목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직업군을 아우른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714.jpg)
![직접 나무를 깎고 기둥을 세워 한옥을 짓고 있는 교육생들은 대학생부터 공무원, 교수, 한의사, 현직 목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직업군을 아우른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714.jpg)
직접 나무를 깎고 기둥을 세워 한옥을 짓고 있는 교육생들은 대학생부터 공무원, 교수, 한의사, 현직 목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직업군을 아우른다.
![기초과정의 참가자가 전동 대패로 나무를 깎아내자 대팻밥이 불꽃이 튀듯 흩날리고 있다. 대패질은 팔의 힘뿐 아니라 몸 전체를 이용해야 한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738.jpg)
![기초과정의 참가자가 전동 대패로 나무를 깎아내자 대팻밥이 불꽃이 튀듯 흩날리고 있다. 대패질은 팔의 힘뿐 아니라 몸 전체를 이용해야 한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738.jpg)
기초과정의 참가자가 전동 대패로 나무를 깎아내자 대팻밥이 불꽃이 튀듯 흩날리고 있다. 대패질은 팔의 힘뿐 아니라 몸 전체를 이용해야 한다.
![건물의 앞뒤 기둥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대들보의 모서리를 전동대패로 다듬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805.jpg)
![건물의 앞뒤 기둥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대들보의 모서리를 전동대패로 다듬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805.jpg)
건물의 앞뒤 기둥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대들보의 모서리를 전동대패로 다듬고 있다.
최근 한옥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내 손으로 직접 한옥을 짓는 방법을 배우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찾아간 곳은 경북 청도군 화양읍 범곡리 산 중턱에 위치한 ‘청도한옥학교’. 전통 한옥의 맥을 잇기 위해 설립한 지 10년째 되는 일명 ‘목수(木手) 양성 사관학교’다. 정문 구실을 하고 있는 일주문을 뒤로하고 학교에 들어서자 나무 향기가 물씬 풍긴다. 목재를 쌓아 놓은 실습장과 실습생들이 만든 사모정과 육모정이 곳곳에 눈에 띈다.
지금 47∼49기(기별 3개월 과정) 교육생 80여명이 한옥 공부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참선과 요가로 마음을 다스린다.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해야 한옥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제대로 된 한옥을 지을 수 있다는 일념에서다. 교육생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대학생부터 공무원, 중소기업 사장, 교사, 교수, 금융인, 한의사, 현직 목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직업군을 아우른다.
변숙현(52) 교장은 “간혹 손수 한옥을 지어 살고 싶어 찾아온 사람도 있지만 목수의 길을 걸으려는 전업 희망자, 한옥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옥학교의 문을 두드린다.”고 설명했다.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한옥에 대한 꿈과 열정은 하나같이 뜨겁다. 대구에서 온 한의사 신명훈(61)씨는 “노부모를 모시고 아파트에서 일곱 식구가 사는데 식구들의 건강을 챙겨 주는 집을 짓기 위해 지금 짬을 내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풍수에 맞는 한옥 마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전남 순천의 마흥식(54)씨와 서울에 살다 귀농을 결심한 강정수(39)씨는 전업 목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일과를 시작하기 전 참선을 하면서 혼을 담은 집을 짓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831.jpg)
![일과를 시작하기 전 참선을 하면서 혼을 담은 집을 짓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831.jpg)
일과를 시작하기 전 참선을 하면서 혼을 담은 집을 짓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소목장 과정에 입교한 교육생이 문틀을 짜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853.jpg)
![소목장 과정에 입교한 교육생이 문틀을 짜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853.jpg)
소목장 과정에 입교한 교육생이 문틀을 짜고 있다.
![기초과정 교육생들이 한옥의 구조에 대한 이론교육을 받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917.jpg)
![기초과정 교육생들이 한옥의 구조에 대한 이론교육을 받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917.jpg)
기초과정 교육생들이 한옥의 구조에 대한 이론교육을 받고 있다.
![마룻대를 올릴 때 북어로 지신(地神)과 택신(宅神)에게 제사지낸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943.jpg)
![마룻대를 올릴 때 북어로 지신(地神)과 택신(宅神)에게 제사지낸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75943.jpg)
마룻대를 올릴 때 북어로 지신(地神)과 택신(宅神)에게 제사지낸다.
![나무를 자르는 전동톱을 손질하고 있는 한옥학교 교수.](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95952.jpg)
![나무를 자르는 전동톱을 손질하고 있는 한옥학교 교수.](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195952.jpg)
나무를 자르는 전동톱을 손질하고 있는 한옥학교 교수.
![기초과정의 한 교육생이 집의 중심을 잡는 추를 잡아보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200030.jpg)
![기초과정의 한 교육생이 집의 중심을 잡는 추를 잡아보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200030.jpg)
기초과정의 한 교육생이 집의 중심을 잡는 추를 잡아보고 있다.
![한옥의 주 재료인 목재를 다듬는 과정.](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200145.jpg)
![한옥의 주 재료인 목재를 다듬는 과정.](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200145.jpg)
한옥의 주 재료인 목재를 다듬는 과정.
![나무의 중심점을 찾는 과정. 추를 매단 실로 중심을 잡고 먹 묻힌 연필로 중심을 표시한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200224.jpg)
![나무의 중심점을 찾는 과정. 추를 매단 실로 중심을 잡고 먹 묻힌 연필로 중심을 표시한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200224.jpg)
나무의 중심점을 찾는 과정. 추를 매단 실로 중심을 잡고 먹 묻힌 연필로 중심을 표시한다.
![일과를 마친 교육생들이 서로의 몸에 붙어 있는 톱밥등 오물을 털어 주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200259.jpg)
![일과를 마친 교육생들이 서로의 몸에 붙어 있는 톱밥등 오물을 털어 주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4/19/SSI_20120419200259.jpg)
일과를 마친 교육생들이 서로의 몸에 붙어 있는 톱밥등 오물을 털어 주고 있다.
●교육생은 대학생부터 사장까지… 9년간 2000명 졸업
목수로서의 기초과정을 배우고 나면 30여명의 수강생이 직접 나무를 깎고 기둥을 세워 한옥을 짓게 된다. 심화과정은 6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기초이론 과정을 마친 2학년생들의 실습장에선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손길이 분주하다. 홍일점인 고선미(33)씨는 서울 대치동의 영어 학원 강사 출신이다. 그녀는 “아직은 대패질이 서툴지만 조금씩 늘고 있다는 교수님 칭찬에 어깨가 아픈 줄도 모른다.”며 웃는다.
교육과정이 끝나면 교육생들이 함께 한옥 한 채를 짓는데 그렇게 해서 세운 한옥건물이 많기도 하고 양식도 갖가지다. 청도한옥학교는 2003년 문을 연 뒤 지금까지 2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중 70%가 목수가 됐다. 변 교장은 “선조들의 멋과 지혜에, 현대인의 가치관과 기술을 접목해 시대에 걸맞은 한옥을 짓는 법을 가르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서툰 솜씨로 나무를 자르고, 대패질을 하며 저마다의 꿈을 담아 자연과 더불어 사는 멋을 배우며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 이들 초보 목수들이 흘리는 땀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창조했던 한옥의 문화를 재음미해 본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2012-04-2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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