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실패한 LF의 수제맥주 사업, 교촌은 성공시킬까?

[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실패한 LF의 수제맥주 사업, 교촌은 성공시킬까?

심현희 기자
입력 2021-05-20 17:26
수정 2021-05-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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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서 교촌으로 간 수제맥주 ‘문베어브루잉’ 스토리

강원 고성 양조장서 年 450만ℓ 생산
LF, 의욕적인 인수 4년도 안 돼 손 떼
제대로 된 ‘로컬’ 브랜드 구축 못 해

교촌, 양조장 초창기 멤버들과 결별
치킨과 잘 어울리는 맥주 대량생산
편의점 채널 위주로 공략 매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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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맥주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교촌애프앤비가 패션·라이프스타일 대기업인 LF그룹의 수제맥주 사업을 가져갔습니다. LF는 왜 수제맥주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일까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촌은 수제맥주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교촌은 최근 공시를 통해 LF그룹으로부터 인덜지 수제맥주사업부 관련 보유 자산 등을 약 120억원에 사들였다고 밝혔습니다. 인덜지는 강원 고성에 연간 450만ℓ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양조장이 있는 ‘문베어브루잉’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인덜지는 본래 영국 수제맥주 브랜드 브루독,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 등을 수입하는 주류 수입·유통업체였습니다. 2017년 패션 비즈니스 불황의 여파로 고전하던 LF그룹이 식음료 업계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인수한 이후 수제맥주 양조장에 투자하는 등 몸집을 키웠지만 4년도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 양조장을 내놓게 됐습니다.

업계에선 LF가 종합 라이프스타일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수제맥주 사업이 실패로 끝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인덜지가 문베어에 투자한 금액이 160억원인데, 120억원에 팔아 40억원 손해를 본 것으로 안다”면서 “문베어브루잉이 매해 적자를 본 것을 감안하면 LF가 본 손해는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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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베어브루잉
문베어브루잉
LF는 변화하는 시장에 제대로 대응해 보지도 못한 채 수제맥주 사업의 막을 내렸습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14년 164억원에서 2019년 880억원으로 급성장했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유통 채널이 편의점으로만 쏠리면서 시장 분위기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분위기였습니다.

전국의 수제맥주 업체는 약 150개로 수제맥주 양조장의 주요 수입원인 오프라인 매장의 생맥주(케그) 판매 경쟁은 이미 과열돼 있었죠. 또 규모의 경제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편의점 시장은 ‘4캔 만원’이라는 가격 경쟁에 종속돼 생산 규모의 한계가 있는 중소 업체가 편의점에 진출한다 해도 이윤을 남기지는 못하는 구조가 돼 가고 있었고요. 코로나19 이후 본격화된 홈술 열풍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짙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LF는 확실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헤맸습니다. 지역 소비자들을 사로잡아 수제맥주의 핵심 정체성인 ‘로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아니고, 편의점 채널 위주로 대량생산을 하겠다는 결정도 내리지 못했죠. 국내 수제맥주 업체 기준으로 최상위권 생산 규모와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3년간 4종류의 맥주만 내놓았을 뿐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시도하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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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
교촌
LF의 실패한 양조장을 넘겨받은 교촌은 기존 문베어브루잉과는 색깔이 다른 브랜드로 바꿀 계획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창기부터 양조장을 운영해 온 핵심 직원들을 교촌이 고용 승계를 하지 않고 대부분 내보낸 것으로 안다”면서 “주력 사업인 치킨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교촌은 ‘크래프트’ 맥주스러운 것보다는 ‘교촌’ 브랜드를 활용해 치킨과 잘 어울리는 맥주를 대량생산해 편의점 채널 위주로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고요.

수제맥주처럼 작은 시장에선 한 업체의 흥망성쇠가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기도 하죠. 이번 일로 코로나19 시대 가뜩이나 움츠러든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잘 지켜볼 일입니다.

macduck@seoul.co.kr
2021-05-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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