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문 닫히니 사격 문 열렸다… 과테말라 첫 金 ‘명중’

체조 문 닫히니 사격 문 열렸다… 과테말라 첫 金 ‘명중’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4-08-01 23:50
수정 2024-08-01 23: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올리바, 올림픽 사격 女트랩 우승

16세 때 체조 훈련 중 척추뼈 손상
“운동하고 싶다면 사격” 의사 권유
산탄총 잡은 지 10년 만에 金 결실
이미지 확대
과테말라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사격 여자 트랩의 아드리아나 루아노 올리바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결선에서 올림픽 기록을 갈아 치우며 딴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올리바는 10대 시절 훈련 도중 척추 부상으로 체조를 포기하고 사격으로 전향해 금빛 꿈을 이뤘다. 샤토루 신화 연합뉴스
과테말라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사격 여자 트랩의 아드리아나 루아노 올리바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결선에서 올림픽 기록을 갈아 치우며 딴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올리바는 10대 시절 훈련 도중 척추 부상으로 체조를 포기하고 사격으로 전향해 금빛 꿈을 이뤘다.
샤토루 신화 연합뉴스
‘체조의 문이 닫히니 사격의 문이 열렸다.’ 중남미 과테말라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여자 사격 선수 아드리아나 루아노 올리바(30)의 ‘전직’ 사연이 화제다.

1일(한국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올리바는 전날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트랩 결선에서 50점 만점에 45점으로 올림픽 기록을 경신하며 우승했다. 과테말라가 1952년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수확한 첫 금메달이자 사상 세 번째 메달이다.

이날 수도 과테말라시에는 축포가 터지고, 소셜미디어(SNS)에는 축하 메시지가 끝없이 올라왔다. 그가 조국에 안긴 역사적인 금메달만큼 시련을 극복한 사연도 눈길을 끈다.

1995년 6월생인 올리바는 기계체조 선수로서 2012 런던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훈련 도중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MRI 검사 결과 척추뼈 6개가 손상된 것으로 나왔다. 1년간 척추를 고정하는 보조기를 착용하고 생활했지만 체조 선수로서의 인생은 끝났다. 당시 16세 소녀가 감당하기엔 벅찬 시련이었다.

올리바는 이날 우승 직후 “부상을 입었을 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절박했지만 좌절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사격의 문이 내게 열렸다”며 “담당 의사는 ‘부상한 허리를 악화시키지 않고 계속 운동하고 싶다면 사격을 시작하라’고 권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평형대와 도마를 뛰어넘는 대신 산탄총으로 바꿔 잡은 지 10년이 넘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의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것이 전문 선수로 복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올리바는 “‘선수로 뛸 순 없지만 자원봉사자는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지원했다. 그런데 덜컥 사격에 배치됐다”며 “최고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것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체조가 아니라도 사격에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말했다.

올리바는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주 만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출전자 26명 중 최하위로 탈락했지만 꺾이지 않았다. 가늠쇠를 끝없이 본 결과 지난해 칠레 산티아고 팬암 대회 우승,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좌절하지 않은 그의 사격 문에 들어온 금빛 희망이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
2024-08-02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