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논란 국보 도자기, 46년 만에 지정 해제된다

국적 논란 국보 도자기, 46년 만에 지정 해제된다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0-04-29 11:34
수정 2020-04-29 12:0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백자 동화매국문 병, 15세기 조선 아닌 14세기 원나라 제작품 판단

백자 동화매국문 병. 문화재청 제공
백자 동화매국문 병. 문화재청 제공
국적 논란이 제기된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銅畵梅菊文) 병’이 46년 만에 지정 해제된다.

문화재청은 제작 지역과 작품 수준 등 국보로서 가치 재검토 필요성이 끊이지 않았던 백자 동화매국문 병에 대해 지정 해제를 예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붉은색 안료인 진사(辰砂)를 사용한 조선 초기의 드문 작품으로 화려한 문양과 안정된 형태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 1974년 7월 국보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후 중국 원나라 제작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18년 학계와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문화재청은 중국과 한국 도자사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를 토대로 지난 9일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에서 논의 끝에 지정 해제가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진사를 사용한 조선 전기의 드문 작품”이라는 국보 지정 사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선 전기 백자에 동화(銅畵·구리가 주성분인 안료로 문양을 장식하는 기법)를 활용한 예가 없다고 지적했다. 동화는 고려 후기인 13∼14세기 유물 중 일부에서 문양이 확인되나 이후 사라졌다가 18∼20세기 백자에서 다시 나타났다. 최근까지 확인된 유물과 연구에선 조선 전기에 동화로 장식한 백자 사례는 없다고 알려졌다.
원나라 백자 유리홍. 문화재청 제공
원나라 백자 유리홍. 문화재청 제공
지정 당시에는 기형(器形) 등으로 미뤄 조선 전기 15세기 제작품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형태와 크기, 기법, 문양이 중국 원나라 도자기인 ‘유리홍’(釉裏紅)과 매우 유사한 점을 들어 백자 동화매국문 병의 제작 시기와 국적을 15세기 조선이 아닌 14세기 원나라로 판단했다.

중국 도자기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문화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은 국보 지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출토지나 유래 등에서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불분명하고, 비슷한 도자기가 중국에 상당수 존재해 희소성과 가치 측면에서도 국보 지정 기준에 미흡하다고 결론 내렸다.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문화재 지정과 마찬가지로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 수렴 절차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제된다.

국보 지정 해제 사례는 이전에도 있다. 거북선에 장착된 화기로 알려졌던 국보 제274호 ‘귀함별황자총통’은 가짜로 판명돼 1996년 지정 해제됐고, 국보 제278호 ‘이형 좌명원종공신녹권 및 함’은 2010년 보물로 강등됐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