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스님들이 법고를 두드리고 있다. 서울신문 DB
해인사는 26일 “방장 벽산 원각 스님은 금번 해인총림의 일로 총무원장 스님과 종단에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깊은 사과와 유감의 뜻을 먼저 전했다”면서 “총무부장 스님의 전언과 기획실장 스님의 조계종 입장문이 종단과 해인사를 위한 뜻으로 사료되나 현재 상황의 추이가 단순히 해인사의 일에 끝나지 않고 종단과 불교 전체에도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해인사는 주지를 맡았다가 최근 성추문 의혹이 불거진 현응 스님이 지난 12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16일 해인총림 임회에서 현응 스님의 책임을 물어 산문출송(계율을 위반한 승려를 절에서 내쫓는 것)의 징계를 결의했다. 이후 총림법에 따라 17일 원타 스님을 후임주지로 진우 스님에게 추천한 상황이다.
사찰 내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해인사는 “사직한 현응 스님 후임 주지 임명과 현응 스님에 대한 종단 차원의 징계 문제는 분리해서 처리돼야 종단과 불교계의 문제로까지 비화한 현재의 사태를 조기에 종식될 수 있다”고 했다. 진우 스님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해인사는 주지 임명과 관련한 법률자문의견서(법무법인 에이팩스 변호사 김동윤)도 함께 전했다.
의견서에는 ‘종헌·종법에 사임의 효력발생시기를 정한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사임서가 총무원장에게 도달한 시기에 사임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적혀 있다. 즉 총무원에 접수한 13일부터 사임 효력이 발생하므로 ‘조계종 총무원은 법정 기한(10일 이내)에 주지임명절차를 진행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다만 조계종의 입장은 의견서와는 결이 다르다. 해인사의 문제가 단순히 사찰 내부뿐만 아니라 불교계 전체와 관련한 상황인 만큼 주지는 임면권자인 총무원장 스님이 임명하고 면직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해인사를 둘러싸고 교계 내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해인사 논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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