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요리의 세계사
이와마 가즈히로 지음
최연희·정이찬 옮김/따비
816쪽/4만 8000원
중국 인민대회당의 국가 연회 요리 중 하나인 ‘펑촨무단’. 마오쩌둥은 “혁명은 손님을 식사에 초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 연회의 식단 표준을 ‘쓰차이이탕’(주요리 네 가지와 탕 한 가지)으로 정했다.
따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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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미각에는 ‘국적’이 없지만 각국의 음식과 식문화에는 고유의 독자성이 있다. 그런데도 중국요리는 한 국가 단위의 음식이 세계화된 대표적 사례로 각국 식문화에 침투해 그 나라 음식마저 변화시켰다. 한국의 짜장면과 호떡, 일본 라멘과 교자, 베트남 퍼, 태국 팟타이, 인도네시아 나시고렝, 페루 로모살타도 등은 중국요리가 현지화를 거쳐 각국에 안착한 국민 음식들이다.
일본 학자 이와마 가즈히로가 쓴 ‘중국요리의 세계사’는 19~20세기 격변기 서양의 인종주의와 아시아 각국의 내셔널리즘을 극복한 중국요리들의 흔적을 탐구한 ‘미식 추적기’다. 책 안에 수많은 요리들의 레시피를 담아 읽는 내내 군침이 돌지만, 정치와 음식의 관계를 세계사적 시각으로 풀어낸 의미는 묵직하다.
한국 짜장면의 원조로 불리는 인천의 공화춘(共和春).
따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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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잡채·日라멘·태국 팟타이
지구촌 곳곳 침투한 중국요리
판다와 中소프트파워의 원천
그럼에도 유네스코 등재 실패
저자는 과욕과 이권다툼 꼽아
미식 추적기를 읽는 내내 군침
역사·음식 버무린 메시지 묵직중국 광둥 요리는 일본, 베트남, 태국의 국민 음식으로 현지화됐고, 푸젠 요리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요리의 기초가 됐다고 소개한다. 산둥 요리가 전래된 한국에서 짬뽕이 매워지고, 짜장면이 검어지고 달달해진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요리의 주체가 화교에서 한국인으로 바뀌며 현지화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1972년 미중 공동성명 발표 후 리처드 닉슨(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마오타이주로 건배하고 있다. 3년 뒤 마오타이주는 ‘국주’(國酒)로 선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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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11년 이후 중국요리와 식문화의 세계 문화유산 등재가 연거푸 세 차례 무산된 건 자국 요리와 기술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과 국내 정치적 이권 다툼의 산물로 분석한다.
2023-10-1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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