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토비아스 휘터 지음/배명자 옮김
흐름출판/480쪽/2만 9000원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
존 에이거 지음/김명진·김동광 옮김
뿌리와이파리/848쪽/4만 2000원
흑체복사·상대성이론·양자역학 ‘물리학 전성시대’로 이끈 성과들
‘원폭 투하’ 최악의 역사도 만들어
시장 요구가 현대과학 발전 동력
과학자, 시장의 요구 부추기기도
1927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전율을 느낄 것이다. 막스 플랑크, 마리 퀴리, 콘라트 로렌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폴 디랙, 루이 드브로이, 닐스 보어, 에르빈 슈뢰딩거, 볼프강 파울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오언 리처드슨, 윌리엄 브래그, 아서 콤프턴, 파울 에렌페스트 등 참석자 29명 중 17명이 노벨과학상 수상자다. 이 외 인물들도 이공계 대학 교과서에 이론과 공식 이름으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진은 ‘인류 역사상 다시 없을 천재들의 모임’이나 ‘과학 어벤저스 모임’이라고 불린다.
위키피디아 제공
위키피디아 제공
‘불확실성의 시대’는 플랑크가 흑체복사 이론을 만든 1900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는 1945년까지 현대물리학의 역사와 주요 장면, 인물을 시간순으로 보여 준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현대물리학의 두 기둥이 세워지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보는 듯 생동감 있게 묘사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20세기 초반을 ‘경이로운 시대’로 만든 성과들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인류를 두려움을 떨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대 과학기술학(STS) 교수 존 에이거가 쓴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기술한 내용을 포함해 냉전시대 우주개발 경쟁, 사이버네틱스, 인공지능, 생명공학까지 최근 100년을 훌쩍 넘는 시대 전반의 과학사를 살펴보고 있다. 그렇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와는 결이 다르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의 연구에 일반인들이 참여하고 과학기술정책 형성 과정에도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시민과학’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여러 과정에 대중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과학 성과에 맹목적으로 열광을 보내는 태도보다는 과학기술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우선돼야 한다. 물론 대중이 과학자들처럼 어려운 과학이론을 일일이 알 필요까지는 없다. 현대 과학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돼 왔는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이 두 책은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읽어 봐야 한다.
2023-04-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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