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굉장한 세계/에드 용 지음/양병찬 옮김/어크로스/624쪽/2만 9000원
좁디좁은 가시광선·가청 영역보잘것없는 인간의 존재 망각
온난화 넘어 감각의 교란 자행
생명 다양성의 감소까지 초래
복원 위해선 인위적 개입 줄여야
동물의 감각은 인간의 ‘오감’보다 더 복잡하고 신비롭다. 사람은 혀로 맛을 보지만 나비 같은 곤충들은 꽃에 발을 대는 순간 맛을 느낄 수 있다.
데이브 고보니·어크로스 제공
데이브 고보니·어크로스 제공
동물의 감각은 인간의 ‘오감’보다 더 복잡하고 신비롭다. 냄새를 맡는 신체 기관은 코라고 여겨지지만 바닷새인 앨버트로스는 부리로 냄새를 맡는다.
플리커·어크로스 제공
플리커·어크로스 제공
이렇듯 독자를 책 속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는 2016년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라는 책으로 어려운 미생물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들인 세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 에드 용이다.
동물의 감각은 인간의 ‘오감’보다 더 복잡하고 신비롭다. 대왕고래는 초저주파로 장거리 통신이 가능하다. 지금보다 바다가 조용했던 과거에는 대왕고래의 초저주파 울음소리가 대양을 가로질렀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레이로치·어크로스 제공
그레이로치·어크로스 제공
인간은 자신이 감지할 수 있는 빛의 영역을 ‘가시광선’이라고 부르고 그 바깥쪽은 적외선, 자외선 영역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개미나 거미, 설치류 등의 동물들은 적외선과 자외선을 또 다른 색의 영역으로 인식한다. ‘초’음파라는 것도 인간이 들을 수 없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일 뿐 대부분의 포유류는 들을 수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감각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오감’ 역시 인간의 기준일 뿐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은 열, 표면 진동, 음파, 전기장, 자기장 등도 감각으로 구분한다. 지구라는 하나의 물리적 공간에서 생명체들은 자기들만의 감각으로 마치 평행우주를 사는 것처럼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동물의 감각은 인간의 ‘오감’보다 더 복잡하고 신비롭다. 시각 기능이 퇴화한 박쥐는 초음파를 내보내는데, 초음파가 대상에 부딪쳐 반사되는 반향정위 현상을 이용해 사물을 인식한다. 박쥐에게는 초음파가 눈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제스 바버·어크로스 제공
제스 바버·어크로스 제공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가 단순히 동물의 다양한 감각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저자가 인용한 베스턴의 말처럼 인간과 다른 모습과 형태를 가진 수많은 동물도 생명과 시간의 그물에 함께 걸려든 동료일진대 똑같은 모습을 갖고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왜 서로를 외계인 대하듯 배격하고 받아들이지 못할까 하는 생각 말이다.
2023-04-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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