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누구에게 우선 배분해야 할까… ‘악마’ 법철학을 보다

백신은 누구에게 우선 배분해야 할까… ‘악마’ 법철학을 보다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1-01-14 17:12
수정 2021-01-15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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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법철학
스시요미 마사미 지음/책/사/소옮김
들녘/327쪽/1만 7000원

우리가 당연한 듯 지키고 있는 법은 늘 옳기만 할까. 매일같이 쏟아지는 각종 법들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자유를 제약하는 족쇄는 아닐까.

●당연하게 여긴 법을 비판적으로 탐구

일본 아오야마가쿠인 대학 법학부 스시요미 마사미 교수는 ‘위험한 법철학’에서 “법의 상식이라는 연못의 물을 전부 퍼내자”고 제안한다. 철학이 기존의 앎을 의심하고 존재의 근거를 탐구한다면, 그가 전공한 법철학은 당연하게 여기는 법들을 다시 묻고 탐구한다.

“꿈은 배우였는데 주변 권유로 법학부에 갔다”는 저자는 “우리를 속박하는 권력이나 상식, 법률과 싸우고 싶어 법을 공부”했다. 그는 법철학을 천사와 악마로 구분한다. 법률을 한 발 떨어져서 보고 비판적 안목을 기르는 그의 방식은 ‘악마의 얼굴을 한 법철학’이다. 반면 “실정법이 정의를 잘 실현시킬 지침을 제시하고, 인권이나 지배에 관한 깊은 사색을 제공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이는 ‘천사의 얼굴’이다.

●여러 질문 속 정의·공리주의 등 화두 제시

다행인 건 ‘악마의 얼굴’을 한 법철학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법철학의 추상적 개념들을 일본 등 현대 사회가 겪는 구체적인 사례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간의 본성에 기댄 자연법론과, 도덕과 법이 무관하다고 보는 법실증주의의 두 상반된 견해를 설명하기 위해서, 매춘이나 클론 인간 등을 실례로 제시한다.

갖가지 법철학 설명 끝에 실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질문들이 붙는다. “고소득이 노력과 재능 덕이라면 간섭해서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정의의 문제를 짚고, “인플루엔자 백신은 누구에게 우선 배분해야 할까”라는 화두에서는 공리주의를 끄집어낸다. 본격적인 철학책이라기보다 개념별 입문서로 접근하면 적당하다.

더불어 모든 사회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법화’, 즉 입법 만능주의의 부정적 측면도 상기시킨다. 권리 실현에 관한 법률이나 규칙이 증식할수록 전문성과 기술성이 높아져 오히려 국민 손으로 통제하기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1-01-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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