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직장인들에게 ‘오늘 점심때 뭐 먹지’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담백한 평양냉면, 구수한 메밀국수, 얼큰한 생태탕 등. 무엇을 어느 식당에서 먹을까 고민은 깊어진다.


특히 첫 주제로 등장하는 평양냉면에는 저자가 이북 출신 어머니와 어릴 때부터 즐긴 평양냉면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다. 예컨대 평양냉면의 양대 계보인 ‘의정부 계열’(필동·을지면옥 등)의 고춧가루 뿌린 슴슴한 육수, ‘장충동 계열’(장충·논현동 평양면옥 등)의 맑은 육수와 같은 미묘한 차이를 짚어 냈다. “육수에는 조각 얼음이 들어가 있다. 얼음 빼고 거냉으로 먹어야 제맛이 난다”(마포 을밀대)와 같이 깨알 같은 조언도 얹었다.
짜장면에 대해선 마포의 ‘신성각’, ‘현래장’이나 신촌 ‘효동각 본점’처럼 착한 가격에 오랜 전통을 지킨 식당 위주로 엄선했다. 경제 관료 출신답게 “과거 정부의 물가관리 대표 품목인 ‘국민 메뉴’, 가격이 1960년대 15원에서 현재 5000원 수준”이라는 시선도 덧댄다.
청국장찌개 백반으로 유명한 ‘일미식당’(종로)에 대해선 “마니아들의 숨겨진 맛집이었는데 매스컴 때문에 줄이 너무 길어졌다”며 단골로서의 솔직한 아쉬움도 녹아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0-12-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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