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미아가 된 한국인

자본주의 미아가 된 한국인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0-12-03 17:20
수정 2020-12-04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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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로 산다는 것
박노자 지음
한겨레 출판/250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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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국인들에게 한국은 코로나19 방역 선진국으로 보인다. 인구가 한국의 10분의1에 불과한 노르웨이는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한국의 60%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은 노르웨이보다 선진적일까.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차별을 고려하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재난기본소득을 ‘국민’에게만 지급했고, 외국인 비율이 높은 경기 안산에서도 외국인은 내국인의 70% 수준만 받는다. 외국인도 양육 보조비를 모두 챙겨 받는 노르웨이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박노자, 20년 만에 한국사회에 문제제기

20년 전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한국 사회를 비판했던 박노자(본명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다시 2020년 대한민국 사회의 격차와 차별에 문제를 제기했다.

러시아에서 자라 한국에서 공부하고 노르웨이에서 가르치는 그에게 한국은 여전히 대다수 구성원이 자본주의 사회의 ‘미아’로 살아가는 사회다. 사회 구성원의 47%가 자기만의 집 없이 월세와 전세를 전전한다. 대다수 청년이 여유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인종차별은 금지돼 있지만 어디까지나 ‘국민’에 한정된 얘기다.

●집 크기·학벌·직업 기준 ‘급의 사회’

저자는 한국을 ‘급(級)의 사회’로 규정한다. 사람들은 상대가 사는 집의 크기, 학벌, 직업을 기준으로 친소와 존대 정도를 결정한다. 소득 상위 1%는 가구당 평균 6.5채 주택을 소유하고 상위 10%는 전체 부동산의 절반을 소유한다. 한국은 산업화한 국가 가운데 가장 반(反)여성적이며,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63%에 불과하다. 노르웨이에서 성생활을 시작하는 평균 연령이 17세인데, 한국이 20세로 다소 늦은 것은 학교 규율주의와 함께 자본에 유순한 노동자를 만들려는 억압적 분위기도 한몫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불평등과 격차라는 ‘진실의 순간’을 맞이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우리에게 공감과 연대, 협력을 통해 인간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안전한 ‘집’을 짓자고 제안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0-12-0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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