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어느 날 조현병을 앓는 엄마가 정신병원에 끌려간다. 신고자는 아빠. 혼돈에 빠진 사라는 혹시 자신에게 조현병이 유전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의사 선생님에게 묻는다.
“조현병은 유전인가요? 나을 수 있나요? 원인이 뭐예요?”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된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조현병 환자 가족이 겪는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상의 범주에 들지 못한 이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조현병 환자를 그저 미친 사람으로 치부하고 죄인처럼 낙인찍고 마는 사회는 과연 옳은지 등 연극으로서는 다루기 쉽지 않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엄마 때문에 사라는 학교에서 왕따당한다. 사라의 잘못이 아닌데도 친구들이 던지는 시선은 싸늘하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모호한 것들과 싸워나가는 사라는 고통을 끊고 싶어 20일분의 향정신성 약물을 한꺼번에 삼키기도 한다. 죽으려고 작정한 사라가 약물을 삼킨 4시 48분. 이는 이 작품이 자살로 요절한 천재 작가 사라 케인(1971~1999)의 ‘4.48 사이코시스’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라 케인 역시 생전에 정신 질환으로 고통스러워했던 아픔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 출연진이 커튼콜 때 인사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17살의 사라는 엄마가 조현병 환자라서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도 혹시 조현병에 걸릴까 두려워한다. 조현병에 대해 잘 몰라 갖게 되는 공포와 불안감은 사라 개인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조현병에 대해 가진 인식이기도 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해설자이기도 한 원인진 작가는 “사라의 삶은 별안간 찾아온 엄마의 조현병으로 엉망이 되지만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라 스스로 병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조현병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 우리가 모두 사라가 됐으면 했다”고 밝혔다.
“누가 날 여기서 꺼내줬으면 좋겠거든” 절규하던 사라는 조현병에 대해 차츰 이해하게 되면서 “엄마는 이상한 게 아니야. 아픈 거야”라고 말한다. 사라의 성장 과정은 우리 사회가 조현병에 대해 가져야 할 생각의 변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가 이상하지 않은 나라에서 살기 위해선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작품은 일깨운다.
조현병을 다뤘지만 조금 시야를 확장해보면 다양한 소수자의 삶도 함께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사라의 성장을 지켜보며 관객들도 타인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고 함께 울며 성장하는 방법을 조금은 배우게 된다.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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