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예술가들이 다시 그린 ‘오늘의 세계 지도’…서울 곳곳서 만난다

동시대 예술가들이 다시 그린 ‘오늘의 세계 지도’…서울 곳곳서 만난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3-09-22 17:46
수정 2023-09-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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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개막
세계 작가 40명 작품 61점 6곳에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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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출품작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마당에서 만날 수 있는 이끼바위쿠르르의 ‘땅탑’(2023). 사진 글림워커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출품작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마당에서 만날 수 있는 이끼바위쿠르르의 ‘땅탑’(2023). 사진 글림워커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국가의 경계선, 지역의 한계를 초월하고 전복하려는 시도가 서울 곳곳에서 펼쳐진다. 전 세계 40명(그룹)의 작가가 61점(신작 37점)의 작품으로 서양의 지도 제작, 측량 등 서구중심주의의 세계관에서 벗어난 동시대의 네트워크, 움직임, 이야기, 정체성 등을 펼쳐보인다.

‘이것 역시 지도’라는 주제를 내세운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그 무대다. 오는 11월 1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SeMA벙커, 소공 스페이스, 스페이스 mm, 서울로미디어캔버스 등 6곳의 전시장에서 ‘새로운 지도 그리기’에 나선 예술 작품들과 교감할 수 있다.

서소문 본관 마당에 설치된 한국의 미술 콜렉티브 이끼바위쿠르르의 설치 작품 ‘땅탑’은 부동산의 ‘평’ 단위를 활용해 만들어진 여러 형태의 탑으로 시선을 끈다. 흙을 빚어 세운 기념비들이 미술관 뜰에 세 개의 군락을 이루고 선 모습은 작은 마을이나 신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미술관 건물, 주변 도심 건물과 함께 시야에 담으면 흙을 두드리고 밟아 만든 조형물이 만들어낸 기묘한 긴장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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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와세 다이슨의 조각과 권령은의 안무가 어우러진 ‘나는 그 거리에 소속된다 3,(힘의 곱셈)’,  사진 글림워커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토크와세 다이슨의 조각과 권령은의 안무가 어우러진 ‘나는 그
거리에 소속된다 3,(힘의 곱셈)’, 사진 글림워커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흑인들의 공간 해방을 탐구해온 작가 토크와세 다이슨의 ‘나는 그 거리에 소속된다 3(힘의 곱셈)’를 통해 미국과 한국의 해방이라는 역사적 공통점을 시각적으로 빚어냈다. 작품은 안무가 권령은의 퍼포먼스와 어우러지며 소속, 장소, 배제라는 키워드들을 화두로 내세운다.

아구스티나 우드게이트의 ‘신세계 지도’는 550쪽 분량의 지도책에 재현된 국가, 국경, 주요 랜드마크 등을 지워 흐릿하게 처리한 기존 작품 ‘세계 지도’(2012)를 재구성한 신작이다. 지도책을 자동으로 넘겨주고 실시간으로 스캐닝하는 기계 장치, 스캔한 이미지 파일을 신경망 학습의 조합으로 재구성한 세계 지도 이미지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영토를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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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출품작인 왕보의 인테리어 분수(2022-2023).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3층에 전시돼 있다. 사진 글림워커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출품작인 왕보의 인테리어 분수(2022-2023).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3층에 전시돼 있다. 사진 글림워커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왕보의 ‘인테리어 분수’는 을지로에서 구입한 LED ‘조명 분수’와 플라스틱 조화로 만든 작품으로 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조명과 실내 장식 산업의 서사를 작품에 담았다. 인공적이고 산업화된 풍경 속에 감춰진 도시의 삶 속 아이러니를 반추하게 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비엔날레는 우리 시대의 여러 이동과 움직임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세계 지도”라며 “서구식 가치관을 벗어나 현재의 지구촌 풍경을 구성하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배경을 탐구하는 작품들이 시각적 경험, 성찰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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